홍준철    한국 합창경연대회를 생각함 2015/11/05
한국 합창경연대회를 생각함

  


여름이 지나자 전국에서 합창 경연대회 돌풍이 불고 지나갔습니다. 아직 진행 중인 경연대회도 있는 줄 압니다. 저는 작심하고 우리나라 경연대회를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경연대회는 왜 주최하는 건가요? 그리고 합창단은 경연대회는 왜 나가는 건가요? 이 단순한 질문에 어떻게 답하실 건가요?

  


주최자는 지방 자치단체의 문화예술 브랜드 이미지 강화, 지방 관광산업 활성화 이 두 가지가 가장 확실한 것 아닌가요? 대한민국합창음악의 발전도 있다고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나요? 그럼 경연대회에 나가는 단체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합창단의 결속, 상금, 단체가 소속된 지역구의 명예 이런 것 아닌가요? 대한민국 합창음악의 발전도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 할 수 있나요?

  


주최자나 참가자의 세부적인 목적은 다를 수 있다지만 어찌 이리도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가요? 가장 중요한 목표인 한국합창음악의 발전은 빠져있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제가 이렇게 보고 있는 이유는 거의 모든 경연대회가 똑같은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많은 참가자가 몰리면 성공한 경연대회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습니다. 심사위원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아마 심사기준도 비슷할 겁니다. 참가하는 합창단도 같은 곡 가지고 중복 참가가 가능한 모양이어서 전국을 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금만을 노리는 타짜도 막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실상이 이러하니 우리나라 경연대회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우선 참가 합창단은 개성을 잃어갑니다. 심사기준에 맞추려면 공통분모 음악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음정 잘 맞고 브랜딩 깨끗하고 음향적 효과를 중시해야만 합니다. 곡 선정도 그런 곡으로 해야만 합니다. 즉 음악의 기술적면이 우선하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꼭 성형수술 똑 같이해서 그 얼굴이 그 얼굴처럼 보이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참가 합창단은 한해 목표를 경연대회에 놓는 우를 범합니다. 지휘자 역시 참가하기로 결정한 순간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아야 좋은 지휘자로 평가를 받게 마련이고 그렇지 못하면 자리보존도 힘들어지는 벼랑에 서게 됩니다. 단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있기 마련이지요. 상을 타면 타는 대로, 못타면 못타는 대로 아픔이 있습니다. 상을 타면 그간의 잘못된 관행까지 모두 정당화되어 버리는 덫에 걸립니다. 또한 합창으로 남을 누르고 이긴 것이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음악에 대한 심한 갈등을 유발합니다. 더구나 상을 못타면 곡선정이 잘못되었다. 연습방법이 잘못되었다. 소프라노 파트가 노래를 못해서 그래, 저 단원이 연습에 열심히 참여하지 안 해서 그래 ... 등등 상처받고 서로에 대한 분란의 소지가 하나 둘이 아닙니다. 화합하기는 어려워도 깨지는 건 순간입니다. 경연대회는 그렇게 단원과 지휘자, 반주자까지 상처받고 쪼개 놓을 수 있는 위험에 스스로를 빠지게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경연대회를 위한 몇 곡들은 무지하게 오랜 연습을 해왔으니 아주 잘하지만 다른 레퍼토리는 건성 건성으로 해온지라 소속지역을 위한 정기연주회는 구멍이 숭숭 뚫리고 맙니다. 이렇게 몇 년 지나면 음악은 점점 바닥으로 가기마련입니다.

  


주최자는 진실로 어떻게 해야 한국합창의 발전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의 흔적이 없습니다. 예컨대 우리 경연은 현대음악으로 한한다. 또는 한국 창작음악으로만 한한다. 또는 한국의 전통을 노래하는 것으로, 또는 그 지역의 민요를 편곡하여 참가하는 것으로, 또는 서양 고음악합창만을 경연으로 하든가, 아니면 코믹합창, 또는 가요합창을 주제로 하던가,아니면 작곡자를 지정하든가 아니면 시대를 지정하든가 성별과 연령층을 구분하는 등 방법은 무수히 많을 것인데 오로지 서두에서 말한 두 가지 관점 외에 관심이 없으니 다 똑같은 경연대회로 만들고 참가자만 많으면 성공했다고 합니다. 전문성 없는 낮은 단계의 기획입니다.

  


합창음악은 매우 까탈스러운 분야입니다. 그리고 매우 여립니다. 조금만 잘못 대해도 생채기가 납니다. 이런 합창을 경연대회로 참되게 승화하려면 정말 많은 연구와 배려가 필요할 것입니다. 상금만 올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주최자는 참가자 많고 사고 안 나면 끝, 참가합창단은 남들은 몰라 우리만 상 받으면 끝, 심사위원은 무조건 심사기준에 맞으면 상 주고 끝......., 그러는 동안 절묘하게도 우리 합창계는 한 구석부터 시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합창 경연대회 부디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김태중 예전에 홍선생님께서 경연대회에 지정곡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곡도 말씀하셨는데 Victoria의 O Magnum Mysterium 아님 Byrd의 Ave verum corpus 둘 중 하나였는데...     201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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