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곡조의 팔자 2015/12/16
곡조의 팔자

  


나는 곡조(tune)에도 팔자가 있다고 느낀다. 어떤 Gregorian chant는 천년이 넘도록 부르는 곡이 있으며 한 시대를 풍미하곤 사라지는 곡, 겨우 초연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가하면, 초연도 못해보고 사장되는 곡들을 많이 보아왔다.

  


곡의 팔자는 물론 곡 자체가 풍기는 매력에 기인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곡을 다루는 음악가와 사회 구성원도 영향을 미친다. 새마을 노래를 아시는가?, 별로 좋은 곡도 아니면서 어두운 시절 한 시대를 풍미했고 아직도 새마을식당에 가면 울려 퍼진다. 또한 그 엉성한 노래에 나의 젊은 시절의 추억까지 덧입혀지면서 우스꽝스러울망정 향수가 있는 곡조가 된다. 그 곡조의 팔자다.

  


바흐의 곡조는 다 죽었다가 다시 부활해서 전 세계를 풍미하는가 하면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등의 작품들도 한국에서는 불멸의 생을 이어간다. 또한 달짝지근한 미국합창곡들이 한국사람 입맛에 맞는지 온통 교회며 합창단에서 찾는 단골 메뉴로 등극하였다. 다들 팔자 좋은 곡들이다.

  


한국 창작 곡의 팔자는 이에 비하면 복도 지질이도 없이 기구하기만하다. 한번 겨우 연주되고 묻히는가하면 살아 봐야 실핏줄 팔자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한국합창곡은 매력이 없는 졸작들이라서 그런 푸대접을 받는 것인가? 분명히 말하건 데 그건 아니다. 30여년 넘게 합창을 해온 경험으로는 서양 곡에도 좋은 곡, 별로인 곡이 있듯이 창작 곡 중에서도 분명 세계를 뛰어넘는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있다. 이것은 예술적 관점의 차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절대적 관점에서 음악의 진국들이 울어나는 곡이 있다는 말이다.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에 감동할 줄 아는 수준이라면 충분히 서양의 작곡자들 못지않은 또 절대적 가치가 높은 한국 창작곡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찾지 않았고, 그래서 보지 못했고, 그래서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한국창작곡이 팔자가 센 이유이다.



서양 합창음악은 복도 많아서 남이 부른 곡들을 내가 부르는 데에 전혀 인색하지 않다. 참 열심히도 불러준다. 어떨 때는 한국의 한 시즌이 독일음악인 모차르트, 바하, 헨델, 멜델스죤, 베토벤으로 점철되기도 한다. 하지만 창작 곡은 남이 초연하면 그 곡이 아무리 좋아도 부르지 않는다. 남이 부른 창작 곡을 내가 부르면 뭔가 존심 상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참 속 좁은 풍토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미국풍으로 작곡된 곡들은 더러 반복되어 불려지기도 하는데 이러다보니 한국의 작곡계가 미국 음악 복사판으로 물들어 가는 또 다른 팔자를 낳게 되는 현상을 만들기도 한다.

  


사실 한국의 합창계는 서양음악의 변방에 위치해있다. 그래서 집 팔고 논 팔아 유학가고 그래서 한국에서 독일음악, 미국음악의 꽃을 활짝 피운다. 그 세계가 우주인 줄 안다. 그러니 서양음악들은 자국에도 또 한국에서 팔자가 좋을 수밖에 없다.

  


창작곡이면 아무 곡이나 열심히 불러야 한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곡도 별로이면서 창작 곡의 전성시대를 만들어가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나부터 반대할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높은 작품성이 있는 한국합창곡들을 찾아 팔자를 고쳐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위대한 한국의 합창곡들 팔자를 어찌 정상적으로 바꾸어 줄 수 있을까?

나는 이게 자나 깨나 고민이다.

  


  김지형 정말 포부와 이상과 꿈이 멋지신 우리 지휘자 선생님 ..
열열히 응원합니당!!!
    2016/01/06
  김미옥 한국창작곡을 멋드러진 팔자로 바꾸는데 우리 음마가 일조해야 하는거겠죠..멋진 글 입니다     2016/01/06
  장길순 성형수술을 하면 주어진 팔자도 고쳐진다죠.
하지만, 수술에는 부작용이 따릅니다.

나이가 들면서 "인식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고, 작은 행동의 변화가 습관을 변화시키고, 습관의 변화는 인생, 즉 팔자까지 변화시킨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인식의 변화, 작은 행동의 변화, 작은 표정의 변화로 성형수술보다 멋지게 팔자를 만들어가야겠다고..
음마에 참여하면서 작은 변화에 한 발씩 동참하고 있는 중,
앞으로의 숙제는 어떻게 하면 넓게, 깊게 만들까...
    201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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