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 여러분에게 2020/08/13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 여러분에게

무탈 평안 하시지요? 보이지도 않는 쩨깐한 바이러스 나부랭이의 공포로부터, 징그럽다 못해 생명까지 위협하며 내리는 비까지......, 온통 안심할 날이 없는 시절을 살고 있다 보니 무탈 평안이라는 뜻이 주는 의미가 더 절절하기만 합니다.

연습을 재개하면서 보내주시는 연습일지를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예술이 합창인지라 마스크 쓰고 플라스틱 얼굴 가리개까지 쓰고 연습하시는 사진이 징하게 마음을 울립니다. 그렇게 음악을 만들어 내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안쓰러워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어서 빨리 바이러스가 박멸되는 그날만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이외수는 ‘존버’라고 하였지만 저는 초대단장님이셨던 이강숙 선생님의 ‘살인적인 인내로 버티기’란 뜻으로 ‘살버’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진실로 ‘살버’를 하고 계신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벌써 농부 2년차로 그간 배우고 터득한 방식을 기본삼아 저만의 텃밭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은 연습이고 올해부터는 농약 거의 안치는 유기농 농사를 그리고 내년부터는 자연농법을 부분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해보려고 책과 유투브를 보며 갖은 머리를 다 굴리고 있는 중입니다. 땅도 200평 정도를 빌려주신 분이 있어 품은 욕심을 실현해보고 있습니다. 80여종의 밭작물, 유실수, 나무와 꽃들을 단원 삼아 <지렁이 똥>이란 합창단을 만들고 키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분과 함께했던 음악과 작물들을 키우는 것은 같은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어 가며 글을 쓰고 있고 잡지에 격월로 투고( 음마 홈피에도 올리고 있습니다.)하고 있습니다. 순천에서 합창지휘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이 생겨나 소규모의 <지휘 아카데미>에서 가르치고 있기도 합니다. 책을 쓰는 것도 한권은 탈고를 끝내고 그림과 함께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고 또 한권은 합창지휘자에 관한 수필형식의 글들을 써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나름 열심히 꼼지락거리며 살아보겠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늘 느끼는 것은 ‘썩는 것’과 ‘익는 것’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흙도, 식물도, 음식도, 인간도, 음악도......, 썩는 것은 죽음이요 익는 것은 살아있는 것입니다. 음악이 익어가는 시간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합창연습을 하고 그 다음 주 연습 때까지의 시간에 음악이 조금씩 익어간다는 말입니다. 치열하게 의식세계에서 연습한 것이 무의식세계에 조금씩 저장되면서 익어가는 것이고, 그래서 오랜 시간 연습을 한 곡들의 연주는 충분히 익어서 무아지경 속에서 연주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4월 정기연주회가 10월로 옮겨지며 이 무의식에서 익어가는 과정이 충분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당연히 여러분의 노래는 귀신소리가 날것이라는 확신도 듭니다.
          
여러분의 합창소리가 그립습니다. 10월 28일 연주에 꼭 가서 듣겠습니다. 저를 비롯한 관객들과, 영상으로 접하는 사람들과, 또 듣지 못한 모든 사람들에게까지 사랑의 파동으로 전해질 것을 믿습니다. 김홍수 지휘자님, 정이와 반주자님, 신명순 코치님, 장길순 총무님을 비롯한 모든 단원 분들이 언제나 건강하시고 존버를 넘어 살버로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 주시기를 빕니다.

2020. 8. 12

낙촌당에서 음악감독 홍준철 올림.    



        


  노형모 감사합니다. 감독님..
귀신 소리에 가까워지도록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감독님도 건강 잘 지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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