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어떤 저작권 2016/01/07
어떤 저작권

필자가 소속된 대학에서 요즘 잘나가는 뮤지컬 작품을 선정해서 공연해보면 좋겠다는 기획을 하고 한창 뜨는 뮤지컬을 번역해서 하자고 결정이 난 적이 있었다. 나의 임무는 지휘와 저작권 해결이 주워졌다.

아무리 대학 내에서 공연하는 것이고 무료이며 1회 뿐인 공연이어서 저작권 허락 없이 공연을 해도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는 주변의 의견이 있었으나 저작권은 유, 무료와는 상관없이 작품 자체를 만든 작가의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사용을 허락받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 믿었다. 하여 캐스팅을 하고 연습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저작권 허락을 내기위해 노력하였다.

이 뮤지컬은 국내 저작권 대행사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미국에 있는 저작권회사가 이를 담당하고 있음을 찾아내고 이 회사 아시아 저작권 담당자에게 상세한 내용으로 메일을 보냈다. 돌아온 답은 어이없게도 불가였다. 하여 몇 번을 더 예술작품의 저작권은 많은 사람들이 그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기본 정신일 것이며 필요하다면 로열티를 지불하겠다는 뜻을 표명하였고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극장에 갈수 없는 장애 아동과 학부모 등 다해봐야 총 300명 정도의 관객으로 1회에 한한다는 내용을 보냈다. 아무리 상업적 뮤지컬이라도 사회공익적인 공연이고 교육의 연장이라 여겼기 때문에 소정의 로열티를 지불하면 충분히 허락의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들은 완벽한 불가통보를 지속적으로 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의 속셈을 하나씩 알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문화제국주의적인 태도였다. 잘나가는 뮤지컬을 만들고 자신들만이 공연 할 수 있는 국제법적 체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즉 한국에서 공연을 한다면 그 회사소속의 제작자들이 내한하여 작품을 만들어야하고 국내 캐스팅도 그들이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는 완벽한 독점산업이었다. 엄청난 로열티와 더불어 제작 주최가 그들이며 매표를 통한 상당한 이득을 보려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위해 그 어떤 소규모 공연도 인정 해주지 않는 체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손쉽게 생각했다가 낭패를 보았다. 부득 연습은 중단 되었고 공연은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화가 났다. 하여 공연을 강행하고 이후 법적 해결을 염두에 두기도 하였으나 이는 패할게 불 보듯 확실한 싸움이었다. 엄청난 배상금을 물릴 터이고 학교가 국제 송사에 휘말리게 될 것이 때문이다.

홍역을 격은 후에 세계 문화예술을 주도하는 미국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제국주의 산업이었다. 자신들이 작품을 만들고, 자신들이 만든 독점의 법을 강요하면서 엄청난 이득을 취하는 구조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 어떤 개별적 공연도 허가하지 않는다. 그렇다 외국의 문화예술을 수입하는 것이 모두 그렇다. 소비할 수밖에 없이 만들고 한국은 단지 추종하고 돈을 내야하는 수동적 위치만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어찌 뮤지컬 한 작품에 결부되는 것일 것인가. 내가 보기에는 우리 문화예술의 상당 부분이 그러할 것이다.

늦게라도 가슴을 치며 후회한 것이 다행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서 한국의 음악을 풍성하고 질 높게 만들어 놓지 못하는 한 우리는 문화적 식민지 백성이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지금 부터라도 우리 모두 정신 좀 차려야겠다. 서양의 예술만을 높이 바라보면 유학은 끊을 수 없는 사슬이 되고 또 그들의 예술을 한국에 이식시키는 전도사들만 양성할 뿐이다. 이런 시류의 끝은 우리는 없고 송두리 채 빈 껍질만 남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서양음악을 완전 배제 하자는 그런 배타적 이데올로기인 국수주의 주장이 아니다. 좁아져버린 지구촌에서 같이 살면서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한쪽에 너무 치우치지 말자는 것이다. 내 집구석에서 그래도 나의 채취가 있는 문화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양이든 미국을 봐도 늦지 않는다. 미국은 한국의 문화를 보는가. 독일은 한국문화를 보는가. 영국은, 프랑스는, 이탈리아는......,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문화를 열심히 본다. 또 열심히 그들을 창조한다. 우리는 그들이 만든 문화예술만을 본다. 도무지 한국을 보지 않는다. 이게 우리의 문제이다.

나는 높은 제국의 벽으로 감싸여 있는 서양뮤지컬을 포기하고 우리의 뮤지컬을 하려 했다는 점에 이번 저작권 사건이 준 큰 울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새해부터는  우리도 우리를 멋지게 창조하고 소비하는 힘을 기르자. 그게 광복70년이라고 허무하게 떠드는 것보다 훨씬 더 현제 진행형의 독립운동을 계승하는 것 아니겠는가.




  최경은 선생님 글을 읽고 있노라니 문화예술로 애국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샘솟네요.. 우리 국민은 공연도 더 잘 할 수 있는 끼와 흥이 있는 국민인데 정말 우리만의 뮤지컬, 한국음악 제대로 만들어서 세계무대에 당당히 나갈 그때를 기약하며 열심히 함께 그 길을 걸어나가고 싶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면 어느새 그 곳에 도착해 있을거라 믿어요.. 음마 화이팅~~     2016/01/08
  김미옥 한국음악을 멋지게 창조하고 '소비하는 힘'을 제대로 키울 수 있게되길
소망해봅니다..참으로 가치있는 일이기에..미약하나마 우리의 열정과 노력을 다하고 싶습니다
    2016/01/08
  김지형 우리의 가락과 곡조.. 부르는 우리도 신이 납니다.
'만수산 드렁칡'이나 '천개의 날개를 달고'가 생각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선생님^^
    201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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