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관객들이여 야유하라 2016/01/29

한국 관객들은 좀 특이한 구석이 있다. 잘하는 연주자나 못하는 연주자나 박수는 열심히 쳐준다. 물론 박수를 치면 분위기도 전환되고 공연을 만드는 동참자로서의 역할도 충실하게 되고 좁고 딱딱한 의자에서의 불편함을 조금 덜기도 하고 혈액순환까지 좋아지니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도무지 불만이다.

왜 우리네 관객들은 못하는 연주자에게도 박수를 치는 것일까. 그래 수고했다? 앞으로 잘해라? 지난번 보다는 낫다? 안치면 어색해서? 그래도 고생했지 않느냐? 내가 아는 연주자이다?

연주에 대한 평가는 사실 직접 연주한 연주자도 알고 관객들도 안다. 그런데 연주가 끝나면 관객들이 열렬한 박수를 쳐댐으로서 3류 연주가 갑자기 세계적인 공연으로 등극을 해버리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잡지나 인터넷의 평가도 최상이었다고 올려버리거나(이는 사실 측근에 의한 조작일 가능성이 높지만) Facebook 같은 데에 근사한 사진과 함께 올리면 공연을 보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진과 글만 나오니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예술은 평가의 잣대가 상대적인 것이고 우리네 후한 인심이 발동된 것은 인정하겠으나 뭔가 걸쩍지근하고 찜찜하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말이다.

어느 합창단 연주 때에 벌어진 일이다. 그 합창단은 실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갔으나 당일 연주는 전문합창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못 미치는 연주를 하였다. 화성도, 음정도 곡해석도, 관객과의 교류도 한참 떨어지는 그야말로 한심한 연주를 하였다. 소프라노는 비브라토로 범벅이요 알토는 음정 떨어지고 테너는 쌩소리, 베이스는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 것 같은 개인의 소리가 튀고, 외우지도 못해 너저분한 악보를 좁은 무대에서 들고, 연습은 얼마나 안했는지 파트간의 불균형, 피아노 반주와도 어긋나고 도무지 관객을 얼마나 우습게보았으면 엉성무쌍, 총체적 부실의 연주해대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관객들은 훌륭한 음악을 들었다는 듯 열심히 박수를 쳐주는 게 아닌가? 어?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더욱 가관인 것은 이 박수 덕분에 무대 위의 합창의 전문가라고 하는 단원들의 표정이 무언가 거대한 것을 이루어낸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들끼리도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호 통제라 !!

또 오래전 이런 일도 있었다. 빈소년합창단 내한하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했는데 그때 빈 소년합창단 노래실력은 그야말로 꽝이었다. 모기만한 소리로 음정 버벅대면서 시종일관 죽 쑤는 연주로 일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방송 해설을 했던 필자조차 할 말이 없어서 어~어 하고 있었던 차였다. 이때도 역시 우리 관객들은 분노하지 않았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대고 있었다. 어린 소년합창단원들이 예뻐서 일까? 아니면 그만한 연주면 족하다고 생각해서일까?

기획자는 근사한 포장으로 홍보를 하고 관객을 그걸 보고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동원하여 판단한 다음 매표를 하고 극장의 객석에 앉는 것이리라. 관객은 분명히 매표라는 행위를 하였다. 그렇다면 관객은 자신이 참석한 음악회를 통해서 어떤 감동을 받고 싶다는 기대치가 있을 것이다. 관객은 그 기대치에 부응하면 박수를 칠 것이고 기대치 이상의 만족을 하면 기립박수를 쳐야한다. 만약에 기대치에 좀 못 미친다면 설렁설렁한 박수를 칠 것이며, 기대치에 아주 못 미친다면 자신의 판단을 후회하면서 스테이지 사이에 나가거나 아니면 야유를 해야 한다. 그리곤 다시는 가지 말아야 할 음악단체라고 입소문이라도 내야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돈을 주고 사는 제품이나 식품 등등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데에는 그 잣대가 매우 까다롭다. 샀다가 제품의 하자가 있으면 무한대의 비난과 불매운동까지 감행할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음악회에는 그리도 관대한 것인가?

관객들이여 주저하지 말라. 그리고 음악의 가치와 질을 판단할 수 있는 하는 음악적 소양을 쌓아라. 그리고 제발 못하는 음악회에 앞 다투어 박수치지 말고 야유하라 그래야 연주계가 정신 차리는 미래가 있다.


  김지형 선생님의 생각이 이럴진데ᆢ
야유받지 않는 음악을 만들고 싶은ᆢ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2016/01/30
  김지형 화이팅~~~~~~~^^     2016/01/30
  김흔식 It's so so precious really innovative music critic....!
세상 음악 발전을 위하여 꼭 꼭 필요한 말씀을 들려주시니
참 고맙습니다 , good friend Hong Sam.
We should be to try so well training with all in .
    2016/01/30
  진윤수 음악적 소양을 쌓아라. 이말씀 한구절에 모든것이 함축되어있네요.     2016/02/01
  김미옥 아..많이 깨닫게 됩니다..노력하겠습니다     2016/02/06
   이제 시작하는 합창지휘자들에게 [2]  홍준철
   어떤 저작권 [3]  홍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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