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이제 시작하는 합창지휘자들에게 20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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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하는 합창지휘자들에게

아름다운 단어를 모아 놓는다고 다 시가 되지는 않습니다. 신앙의 단어들을 모아 놓는다고
설교나 설법이 되지 않듯이 말입니다. 둥글게 빚었다고 다 고려청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물감 칠했다고 명화가 되는 아니듯 말입니다. 지휘를 한다고 해서 다 지휘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백묵 잡았다고 다 참된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 아니듯 말입니다.  

작곡기술에 입각해서 합창곡을 썼다고 참된 합창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숙련으로 시와 음악을 가슴에서 품어 삭혀내지 않으면 감동의 합창곡이 되지 않습니다. 악보로 보면 그럴 듯 해보여도 그건 그냥 소리일 뿐입니다. 의미 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인간의 영혼에는 걸리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겉으로 그럴싸해보여도 자신의 능력과 양심과 가슴을 다하지 않으면 흩어지는 겨로 남을 뿐입니다. 슬프지만 껍데기입니다.

예술가라 함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자신의 영혼을 예술로 입히고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끝없는 담금질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수련기라 합니다. 대학 졸업했다고, 유학 다녀왔다고 다 완성된 음악가는 아닙니다. 완성될 수 있는 가능성만 존재할 뿐입니다. 그때부터 외롭고 삭막한 수련기를 혹독하게 평생 치러야 합니다. 그래서 음악의 길은 성직의 길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끝없는 자기 수련 속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예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손끝으로 만져질 수 있고 만진 만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이 더딘 시련이 싫다고 피하면 무늬만 지휘자가 됩니다. 여러분은 속까지 깊은 지휘자가 되십시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지휘자로서의 꿈은 무엇입니까? 두말 할 것도 없이 실력 있는 합창지휘자로서 우뚝 서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자타가 공인하는 합창의 능력자가 되는 것이 꿈일 것입니다. 그 꿈은 꼭 이루십시오. 다만  전문합창단 지휘자가 되고 또 존경받는 대학의 교수가
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두지는 마십시오, 탐하는 순간 여러분은 망가질 수 있습니다. 조직은 여러분을 자유롭게 놓아두지 않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를 내세워서 옥죄입니다. 여기에 맞추다보면 어느 순간 당신은 이미 변질된 상태의 모습일 확률이 높습니다. 지키려고 할수록 인맥의 덫에 빠질 뿐이며 자신을 찾아보기조차 어렵게 망가지는 늪 같은 곳입니다.          

오히려 그냥 한사람의 지휘자로 남으십시오. 지휘만 죽어라 파는 외골수가 되어 보십시오. 한국에서 합창지휘자의 길이 무엇인지 찾아보십시오.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이 있는, 그리고 실력과 철학이 있는 지휘자가 되려고 노력하십시오. 그 누구도 여러분을 무너뜨리지 못할 만큼의 내공이 쌓인 뒤에 나머지는 부수적으로 따라 올 것입니다.  

‘ 지금의 세대는 실력보다는 인맥과 권력으로 사람이 커가는 구조인데 혼자서 실력만 키운다고 되겠느냐? ’라고 의심을 품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압니다. 이렇게 되도록 방관하거나 이 길에 합류하기도 했었을 저이기에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그러기에 그것들은 언젠간 없어질   허상이라는 것도 압니다. 분명히 멀지않은 시대에 여러분이 실력과 인품으로 선택 받을 날이 올 것이라 믿어야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여러분의 후대에라도 편견 없이 예술가를 보는 사회가 이루어 질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잘 다스리십시오. 음악과 단원과 관객만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십시오. 외롭다고 큰 조직에 들어가려고도 마십시오. 그곳은 여러분들의 창의력과 독창성을 걷어내고 동일 복사체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단체가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지휘자는 오직 하나로 완벽체임을 믿으십시오. 혼자 크셔야합니다.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서 혼자 학습하고 연습되어 커지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적 자양분을 빨아들이되 함몰되지는 마십시오. 스승도 음악적으로는 배반하십시오. 그 모든 것들을 스스로 녹여내십시오. 그래야 혼자만의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그 음악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자신의 음악이 되는 것입니다. 음악이 진실로 한 개인의 음악이 될 때 비로써 진실로 세계적인 음악이 창조됩니다.  

그러나 고된 길 가다가 외로우시면 좀 쉬면서 소주잔이도 기울이십시오. 너무 외롭고 힘들면 슬프니까요. 암요, 그러셔도 됩니다.    


  김미옥 선생님의 글은 언제나 깊습니다..그래서 좋습니다..     2016/04/01
  김지운 또한 선생님의 글은 음악과 지휘의 측면의 깊은 깨우침도 있지만, 각기 사람들의 인생에 투영되어 많은 일깨움을 주시기도 하는듯 합니다.
" 히레돈가스 점심으로 든든한 배를 채운 후 따사로운 봄햇살을 만끽하며...^^"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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