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오래 남을 합창단 만들기 2006/03/06
 

 


직업합창단 말고 아마추어 합창단은 그리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오라토리오, 바하, 한국남성, 아주여성 합창단 등의 이름만이 겨우 생각난다. 서양음악을 받아들이고 합창이 생긴 역사가 꽤 오래 되었을 텐데 생겨나고 또 사라지고 또 생겨나기를 반복하기만 한다. 이웃 일본만 보더라도 기십 년 된 합창단이 셀 수 없이 많건만 한국 상황은 창단 10주년도 채 치루지 못하고 은근슬쩍 소멸되고 마는 것이다. 


한국합창단들의 짧은 수명은 성질 급한 냄비기질에도 기인하긴 하지만 왜 합창을 하는지 목표의식이 부족해서 그렇기도 하다. ‘ 음악의 즐거움을 위하여...’라는 단순한 목표는 절대로  충분한 조건이 아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붙들어 매놓을 수 있는 끈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를 말하는 사람들이 <지속 가능 경영의 기법>이라는 모델을 연구하였다.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관리를 해야 망하지 않고 오래가느냐를 연구한 결과인데 초기 산업시대를 거쳐 이제는 정보화, 감성화 사회로 접어들면 관리해야 할 것이 점점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 관리 체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1. 제품 관리(product management) 2. 직원 관리(employee management)  3. 고객 관리(customer management)   4. 사회관리 (society management) 5. 환경 관리(environment management)


제품만 관리하는 회사는 이제 더 이상 생존 할 수 없게 되었다. CEO는 직원, 고객, 사회, 환경관리 까지 신경 써야 지속적인 경영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며 또 다른 변화의 요소가 생기면 그에 맞춘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즉시 합창단에 대비시켜 번역해 보았다.  1. 음악관리(music management), 2. 단원관리(member management) 3. 관객 관리(audience management), 4, 이념 관리(ideology management)  5. 세계화 관리(global management)의 변형된 내용을 얻을 수 있었다.


이중에서 특별히 이념관리가 중요한 요소라고 여겨진다. 음악을 왜 하느냐의 목표를 정하는 일이다. 고음악( early music )을 줄기차게 파고든다든지, (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안 들지만) Bach에 심취한다든지, 종교음악을 또는 현대음악을 또는 창작음악에 매진한다든지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냥 ‘ 즐거움을 위하여...’ ‘음악을 통한 한마음, 밝은 사회...’등등은 존재의 이념으로 갖기에는 턱없이 빈약한 설득력이다. 더구나 지구촌에서의 다른 합창단과 경쟁력을 가지고 세계화 관리까지 해보려면 이념관리는 가장 핵심적인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많은 합창단이 이런 이념이 없거나 희미한 게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프로합창단들도 이념의 부족은 똑같지만 그래도 그들은 월급이라는 접착제가 있고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수반되어 틀을 유지 할 수 있는 기본은 되어있다. 하지만 아마추어합창단은 구성원 개인의 의지밖에는 기댈 곳이 없고 망하기로 말하면 흩날리는 먼지와 같아서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많은 합창단들이 음악과 단원, 고객관리에만 열을 올리고 있고 그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념과 세계화 관리까지 시선을 넓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나의 바둑이야기  홍준철
   상주를 생각함. [2]  홍준철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Y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