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꽃보다 표 2013/09/27
꽃 보다 표

  


합창단 공연은 매표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입장권 가격은 대략 5천원 ~ 5만원까지 표기되어 있지만 이는 주최 측의 안타까움에 가까운 소망사항이 기재되었을 뿐이다.  실제 매표는 녹록치 않다. 한국의 합창공연은 가고 싶은 음악회라기보다는 가주어야 하는 음악회라고 할 만큼 매표의 활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점은 전문합창단이던 아마추어합창단이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마찬가지이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합창단에 있다고 여기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 일 것이다.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다. 가슴 부풀게 가고 싶고, 듣고 싶은 합창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전국의 수십 개가 넘는 전문합창단이나 좀 한다는 아마추어합창단들도 아직은 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객은 뮤지컬이나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관심을 보인다. 수준도 높고 재미도 있으니까. 이러다 보니 합창음악회는 초대관객이 많고 입장권을 사서오면 왠지 손해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오래된 관습이 되어 왔다.

  


합창음악회를 준비하려면 예산은 얼마나 들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작은 극장이나 교회의 연주는 100만원~ 500만원, 2,000석 이상 규모의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 같은 큰 극장에서는 2,000만원~ 5,000만원까지 든다. 예산중 가장 큰 부분은 대관료이다. 보통 기본료가 6 ~ 800만원선이지만 합창단이 서는 계단식 단을 추가하고 보면대, 피아노, 녹음, 악기대여, 영상촬영까지 하면 1,000만원 이 훌쩍 넘어간다. 여기에 홍보비, 객원사례비, 독창자, 독주자 사례비를 합하면 총 2,000만원이 넘어가고 악보 만들고 의상 부족한 것 다시 하고 작곡이나 편곡을 위촉하면 총 3,000만원선, 만일 오케스트라까지 협연한다면 4,000 ~ 5,000만원 넘어가는 것은 순간이다.

  


그렇다면 합창단이 어떻게 이 많은 재원을 조달 한 말인가? 전문 합창단은 소속 지방단체의 예산으로 적자를 감수하며 공연을 한다지만 전혀 연고가 없는 아마추어 합창단 경우에는 어디서 충당한다는 말인가. 우선 자체 자금이 1,000만원 정도 있어야 한다. 또한 탁월한 기획을 통해서 광고나 후원 등으로 1,000만원을 모우고, 국가나 문화재단의 지원금 등에서 1,000만원, 매표에서 1,000만원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야 가능한 것이다. 이중에 하나이상 펑크가 나면 그야말로 합창단은 대형공연 한번하고 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매표는 전체 예산의 1/4을 차지한다. 사실 2,000명 정도가 2만원의 입장권을 사주면 쉽게 4,000만원 되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1만원짜리 입장권 500장 팔기도 그야말로 온갖 발품과 애교 있는 협박이 작용해야 겨우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니 보통의 합창단들은 대형극장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전문합창단의 사정도 여의치 않는 것은 매 한 가지인다. 년 간 3~4회의 정기연주를 올린다고 치면 공연 예산만 1~2억의 돈이 필요한데 광고와 입장권 수입은 1/2 수준이면 매우 높을 정도로 매표의 한계가 있다. 1억이면 2만원의 입장권을 년간 5,000장을 팔면 되는 것인데 우리네 기획으로 보나 합창 관객 저변으로 보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예산을 공개하는 이유는 그만큼 매표가 합창단의 생존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공연을 열심히 만들어 내는 합창단 공연마저 표를 사주지 않으면 우리의 문화가 뿌리 채 뽑히는 일이기에 관객들의 문화인식도 이제는 높여야 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연주자는 참으로 구도자와 같은 삶을 산다. 한순간의 연주를 위하여 그의 50배 100배의 시간을 들여 공연을 만든다. 그것은 아픈 몸짓이다. 한없는 반복을 통해서 음악을 살아있게 만든 노력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이다. 관객으로 참여해보면 느낄 수 있다. 공연 10분전 객석에 앉아 있어보면 무대 뒤에서 긴장하고 있는 연주자들의 떨림이 느껴진다. ‘ 얼마나 노력했을까? 또 얼마나 초조할까? 바짝 긴장한 몸으로 소화도 잘 안될 터이고, 입술은 바짝 타들어 가고, 손이 차가와 질 정도로 몸은 굳어가고, 평정심을 얻기 위해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막 문이 열리려는 직전에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를 하고, 이 연주가 마지막 최선을 다하는 마라토너처럼 자신의 혼신의 힘을 쏟아 유언 같은 연주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무대 뒤의 기운이 편안한 객석의 나마저 흔들리게 하는 순간’들인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자신들이 기획하고 예산을 대고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음악을 해야겠다고, 그것이 자신의 필생의 일이라고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관객을 사랑하지 않으면 합창음악을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합창은 사랑을 전하는 예술이다. 내 영혼의 평화를 위해 혼신을 다해 나를 사랑하겠다는 고백을 하는 그 합창단을 위해서 관객인 나는 무엇을 했나? 저 사랑을 내가 받을 자격이 있나? 받는 다면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으로 사랑해줄 것인가? 관객은 무엇으로 연주자를 사랑한다는 것인가?

  


그것은 입장권을 사주는 일이다. 그들의 노력에 작은 동참을 하려한다면 그것은 입장권을 사주는 일이 가장 큰 일이다. 그래서 작곡자 강은수는 그의 연주회를 홍보하면서 ‘ 꽃보다 표“를 강조하였다. 화환보다 연주자에게 기쁜 일은 입장권을 사주는 일이다. 그것은 일생을 그길 가겠다고 한 음악가에게 보내는 최소한의 예의이며 보답이 될 것이다.

  


국공립 단체들의 공연에는 초대권이 없어졌다. 이후 대형 공연장도 초대권 없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오로지 작품으로 승부하려고 하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영화의 예를 보라. 초대권을 없앤 뒤 오로지 순수관객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합창단들도 이제 독하게 마음먹을 때가 된 것 같다. 꽃 보다 표다.


   관객 유감  홍준철
   악보를 본다는 것 [3]  박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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