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    바하 서거 250주년 2000/10/11
올해 음악계는 온통 바하(J. S. Bach)로 도배를 하려고 한다. 바하가 죽은지 250주년이라나 뭐래나 해가면서 바하의 미사곡, 바하의 피아노 작품 전곡 릴레이 연주, 바하 풍 연주, 바하의 가족 작품 연주회 등등 올해 안에 바하연주 안 하면 음악계에 행세도 못할 정도로 유명 연주자, 단체들이 바하 바하하고 있다. 아~ 발음도 바하는 무식한 게고 `바흐' 그것도 `흐'발음은 가래침 고르기 직전의 발음을 해야 유식한 것으로 되어있다.

바하가 위대한 음악가인 것은 인정하지만 저마다 바하 타령을 해대는 한국음악계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음악계의 상업주의가 바로 우리의 안방에까지 침투하는 그 기민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서양음악을 숭배하는 작금의 음악계 풍토에 기인한다. 그들의 뿌리는 한국이였건만 몇 년 되지도 않은 유학으로 서양음악에 맹종자가 되어 그 전도사로 다시 한국에 파견된 음악가들이 지천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바하가 부활해야 자기가 산다는 강박관념은 그래서 바하를 가지고 돈을 버는 음반업자, 기획자들의 조종에 맹목적인 춤을 추고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바하를 기념하면 할수록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일까? 우선 바하 전문연주자들이 활개를 치게 된다. 비싼 개런티와 왕 대접을 받으면서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하고 성황을 이루게 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한 관광객들이 몰려들게 된다. 또한 바하 축제들을 장기간 펼쳐놓으면 황금 알을 낳는 바하가 되는 것이다. 어찌 그뿐이랴 그 동안 만들었던 음반들이 바하의 붐을 타고 전세계에 팔리고 바하 음악 세미나, 웍샾, 연주회들을 통해 철저히 바하를 가지고 한목 챙기는 문화산업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우리 음악계는 이를 위한 전도사가 되기로 작심을 한 모양이다. 어쩌면 그 모양일까?

몇 해전에는 슈베르트 탄생을 기념하고 또 저마다 슈베르트에 열을 올리던 해가 세종대왕 탄생 600주년이었다. 우리만의 입을 열게 해 준 세종대왕은 안중에 없고 또한 슈베르트에 버금가는 한국의 음악가를 찾고 또 기념하는 일에는 열내지 않으면서 바하에 목매는 꼴이 한심하다. 어찌 바하뿐이랴 하이든, 모차르트, 헨델,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슈만, .... 세도 끝이 없는 것이 서양음악 작곡자들이니 탄생과 사후 기념일을 만들면 앞으로 우리내음악계는 제 부모 기일에 남의 부모 기일에 눈물 흘리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참으로 한심한 일들이 일어나고 말 것이다. 분명히 말한다. 바하를 기념하려거든 나운영, 김순남, 윤이상이라도 잘 챙기자. 이 골빈 음악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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