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    이강숙 초청시리즈 3을 찾아서 이건용의 노래 공연을 기대하며 2000/10/11
이건용은 1947년 평양에서 출생하였다.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코흘리개 시절을 피난 시절로 살았고 대쪽같은 성격의 아버지의 목회 방법 때문에 작고 작은 교회에서 목회를 했으니 7형제의 뒷바라지도 변변치 못했으리라. 그러니 어린 시절이 가난으로 이어질밖에...

대학에서는 음악과 더불어 연극에 심취했고 신춘 문예에 소설 부분이 당선되는 등 문학에도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유신의 70년대와 80년대를 독일 유학과 시간 강사로 보내고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기까지 쉽지만은 않은 30대와 40대를 살았다. 이제 그의 나이 50

그의 노래에는 남다른 약발(?)이 있으니 한 번 심취하면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그게 무얼까 ? 똑 같은 선율과 박자로 이어지는 같은데 다른 노래보다 흡입력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은 그 이유를 심도 깊게 파 해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우수개 소리로 `뽕 기운'이 있다고 말들을 한다. 조성의 변화, 반음계적 진행, 7, 9화음, 음계, 독창적인 선법, 3화음 조성의 탈피, 반복법, 기승전결 구도의 충실, 전통음악의 선법과 리듬의 활용 등등이 이건용의 음악어법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 정도야 작곡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요, 작곡에 사용하고 있는 기본들이다. 그런데 왜 유독 이건용의 노래에만 `약발'이 강한 것인가 ?

나는 이 이유를 다음의 두 가지에 두고 싶다. 첫째는 그의 시심(詩心)이요, 둘째는 그의 가슴이다. 그는 시를 찾아가는 구도자와 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자신을 송두리째 울릴 만한 시를 찾는다. 그리고는 그 시를 한동안 곱씹고 또 씹어서 자신의 시가 되게 만들고 그리고는 선율을 뽑아 내어 노래를 만든다. 여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오래 걸리는 작곡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시는 그의 창작 과정에서 출발점이다.

또한 그는 가슴이 있는 사람이다. 삶의 질곡을 느끼며 때로는 투박하게 때로는 세련되게 때로는 분노와 슬픔과 기쁨이 엉켜질 수 있는 가슴이 있는 사람이다. 시가 있어도 가슴이 울리지 않으면 창작은 끝이다. 그는 울림을 당할 가슴이 있도록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으로 보인다.

편견이 없으되 고집이 있는 작곡자, 차갑지만 따듯함이 있는 남자, 세련되 보이지만 투박스러운 성품, 유해 보이지만 날카로운 이성 ... 등등이 그를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이런 점들이 그의 작품에 녹아 있어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약발치고는 꽤나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연주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약발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건용은 작곡에 매진하는 사람 이였으면 좋겠다. 밥 먹고 곡 쓰는 일에만 골몰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일이 너무 많다. 세상 사람들이 이건용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어 그렇겠지만 정말 이건용을 아낀다면 그가 곡을 쓸 수 있도록, 시에서 노래까지의 과정이 긴 작곡자임을 안다면 제발 좀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 그가 시심을 위해 지리산 선방에서 고독한 싸움을 할 수 있도록, 저 넓은 벌판에 홀로 서서 허허로운 자연의 정기를 받을 수 내버려두자. 오선지에 음표를 채워 넣은 일이란 자기와의 치열한 전쟁을 치뤄내고 있는 병사의 헐떡임이요, 산고의 고통을 매번 겪으며 생명을 잉태하고 낳은 어머니의 처지에 다름 아니다. 많은 시간을 그에게 주자.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의 선택은 참으로 탁월하여 이건용은 우리에게 우리가 불러야 할 곡들을, 잃어 가고 있는 시심(詩心)들을 노래로 깨우쳐 줄 것이다.

역사의 질곡을 가슴으로 살아오려 노력했던 한사람의 작곡자 이건용! 삶과 사랑을 버무려 음악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 그래서 그의 노래는 우리의 때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울 이기도하다.

1997. 봄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Y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