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필수>와 <선택> 2004/09/30
나는 두 대학에서 합창을 한다. A대학은 공통 필수과목이고 B대학은 교양선택이다. 인원수도 비슷하고 수업시간도 똑같이 2시간 남짓하며 연령도 비슷하다. 음악성은 A대학이 뛰어나다. 또한 1년 동안 같은 인원이 수강하게 되어있다. 이에 반해 B대학은 학기별로 신청하게 되어있어 반수 이상이 가을학기에 바뀌며 음악성도 높지 않다. 악보를 전혀 읽지 못하는 학생이 태반이고 음정을 잡지 못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 학생도 자주 발견한다.

시작해보면 A대학이 단연 우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갈수록 B대학이 음악적으로 우수해 지고 A대학 학생들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2학기쯤 가면 B대학은 월등한 실력으로 성장한다.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선생이 가르치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없었다. 더구나 A대학은 음악성이 우수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이 차이가 학풍에 기인한 것이 가라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학풍은 A대학이 훨씬 더 좋은 조건이었다.

한참을 고민한 결과 그 수업을 규정지은 표현의 차이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즉 <필수>와 <선택>의 차이였다. 공통필수와 교양 선택은 수강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여겼지 그것이 이렇게 수업의 질에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또 공통필수라면 자기 전공과 무관하지 않은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한 과목이었고 교양 선택은 대충 쉽게 듣고 점수를 따는 과목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의사가 반영된 과목이었던 것이다. 즉 선택되어진 수동과 선택한 능동의 차이인 것이다.

연말이 오면 두 대학 모두 연주회를 준비한다. 하지만 올해도 A대학은 연주회를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A대학 학생들은 나의 수업내용과 진행방식에 매우 높은 점수의 강의 평가를 주면서도 또 유익한 수업이고 재미있는 수업이라고 졸업 후까지 감사를 하면서도 막상 음악을 대하는 태도들은 적극적이지 못하다. 아무리 애원하고 아무리 화를 내도 그때뿐이다. 수업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B대학은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슈베르트의 중간 난이도가 있는 미사곡을 연주곡으로 택했는데 한번 해보자고 달려들고 있다. 음정을 못 잡는 놈들은 아예 몽땅 외우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음악기획도 자신들이 투박하지만 만들어 간다.

나는 선생의 입장에서 이 두부류의 학생들을 다 사랑할 수밖에 없지만 나 역시 <필수>의 사랑과 <선택>의 사랑으로 나눠짐을 막을 길이 없다.

<필수>와 <선택> 그것은 시작은 같아 보이지만 끝은 너무도 큰 차이가 남을 새삼 알았다.  



   <사천성>과 <북경반점>  홍준철
   토마스 탈리스를 생각함 [277]  홍준철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Y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