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사천성>과 <북경반점> 2005/03/25
<사천성>과 <북경반점>

우리 집 동네에 아파트 상가가 생길 때부터 시작했던 <사천성>이라는 중국집이 하나 있는데 홀도 좁고 후져 손님을 받기 보다는 배달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맛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고 꾸준히 어느 정도의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인도 안 바뀌고……. 특별한 것도 없이 평범하게 5-6년 동안 장사를 해온 집이다.

그런데 1년 전쯤 독과점의 <사천성>에 대적하는 삐까번쩍한 중국집이 생겼으니 바로 아파트 반대편 재래시장 가는 쪽에 둥지를 튼 <북경반점>이다. 인테리어 쌈쌈하고, 맛도 색다르고, 직접 와서 먹으면 500원도 깎아주고, 탕수육도 대중소로 나눠주고 누룽지 탕이라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여 동네 사람들 입맛을 유혹하였으며 가족끼리 가면 군만두 서비스가 척척 나오는 센스도 있고 독일군 장교복장을 한 <번개>가 이동용 카드 결재기까지 가지고 단지를 누비며 배달을 하는 그야말로 첨단 시스템의 중국집이 생긴 것이다.      

온 동네가 <북경반점>에 매혹되어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소원이 <북경반점>에서 탕수육과 자장면을 먹는 것일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다. 손님도 많고 배달도 쇄도하고 당연히 민심은 <사천성>은 까마득히 잊어갔고 <북경반점>만 기억하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집사람과 <북경반점>에서 란자완스를 시키고 고량주를 마셨는데 맛이 엉망이었다. 튀김은 다 타서 쓴 맛을 내면서도 속은 익은 것 같지 않았고 함께 나온 짬뽕국물도 영 개운치 않았다. 맞은편에 앉으신 어떤 할아버지 한분도 짬뽕이 옛맛이 아니라며 ‘ 아주머니 주방장 바뀌었지?’라고 물었으나 아주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부인하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 아니긴 뭐가 아냐! 실력 있는 주방장 내쫒고 주인아저씨가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로 개기고 있구먼…….’ 그날 나는 비싼 란자완스를 반이나 남기고 돌아왔다.

이렇게 <북경반점>에서 배반당한 후 며칠 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천성>에 가족들과 함께 갔다. 좁고 후지기는 그대로 이었으나 주방에서는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배달도 여전히 바쁘게 다니고 있었다. 벌써 <북경반점>의 반사 이득을 보는 듯했다.

나는 <사천성>과 <북경반점>의 음식 맛에서 형식이 아무리 좋아도 내용이 부실하면,  형식은 부실해도 내용이 좋은 것만 못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더구나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북경반점>처럼 되고 있지나 않은지 천천히 곱씹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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