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음악가와 부고 2015/09/29
음악가와 부고

다들 아시겠지만 합창단 정기연주를 앞두고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연습도 연습이려니와 기획과 홍보 매표와 극장 관리까지 해야 할 일들이 산처럼 쌓이기 마련이니까요. 단원들도 날카로워 집니다. 뭐하나 녹록한 일이 없지요. 예산도 많이 들어갑니다. 그런 밀집된 혼돈을 뚫고 나면 마지막 리허설과 연주만 남게 되지요. 모든 것이 꽃으로 피기 직전의 시간입니다. 안정된 마음과 반복되는 연습을 믿고 깊이 있는 음악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숨 고름을 하는 시간이지요. 그 시간에.....연주당일 극장으로 가는 바로 그시간에 저는 형님의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 준철아 방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수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들었습니다. 둔탁한 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고 뒤이어 머리가 터지도록 아팠습니다. 겨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도 내리지 못하고 안절부절 했지요. 물론 지휘자가 연주 당일 연주를 포기하고 아버님 빈소를 지킬 수는 없다는 것은 잘 압니다. 연주는 해야지요. 그 어떤 상황이어도 연주는 해야 한다는 원칙은 이미 제게 있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혼돈 속에 있는 마음과 몸이 떨려오는 것에 있었습니다. 이런 정신에 어찌 연습을 시키고 음악회를 이끌며 관객과 감동은 나눌 수 있을가하는 생각 말입니다. 왜 이런일이 내게 생기는 걸까하며 원망도 하였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중얼 거린 것은 ‘ 연주는 한다.’라는 것 뿐입니다.


우선 반주자와 단장님에게 차분하게 사실을 말했습니다. 음악을 같이 책임질 반주자에게는 내가 흔들릴 수 있으니 연습한대로 이끌어 달라고 했고 단장님에게는 내심경이 혼돈 자체이니 전체 합창단 분위기를 잡아주고 단원들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두분은 매우 놀라하면서도 저에게 위로를 주셨습니다. 그리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단원들은 물론이고 관객으로 오는 지인들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무대를 꾸미고 합창단 단을 설치하고 마지막 리허설을 하면서도 아무런 티를 내지 않았습니다. 혹여라도 슬픔이 배어 날까봐 조심조심하였고 음악에만 몰두 하려고 노력하였지요. 리허설이 무사히 끝나고 지휘자 대기실에서 문을 잠그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전화나 문자, 노크에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주 10분전 얼굴을 씻고 연주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거울에 비친 나에게 말했습니다. ' 연주는 한다.'

2분 전에 대기실로 나갔고 단원들을 격려하고 그다음부터는 연습한대로 여느 연주처럼 열심히 연주를 하였습니다. 사람이 갑자기 큰일을 당하면 온몸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법입니다. 소위 단기 쇼크 상태가 되는 것인데 긴 시간 모든 것을 이끌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는 지휘자가 연주 당일 이런 상태가 되면 연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음악회가 추모음악회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축제의 의미를 담지하고 있어서 단원과 관객에게 지휘자의 불안한 심리상태가 전해지면 그건 그날을 준비한 수많은 노력들이 손상되는 일이며 관객에게 좋은 음악의 기운을 전해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음악가의 거룩한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광대는 광대일 뿐입니다. 아무리 속울음을 울어도 얼굴에 분칠을 하고 무대에 올라가 웃어야하는 광대의 운명이 음악가에게는 분명 있습니다.  음악가에게 있어 연주는 자신의 영역이 아닌 초월의 세계인 것이니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 세계를 지키는 것이 음악가의 삶이요 숙명일 것입니다.

그날 연주회는 잘 끝났습니다. 단원들의 성취감도 높았고 관객도 많이 왔고 반응도 좋았습니다. 저는 끝마무리만 대충해놓고 극장을 빠져나와 아버지가 안치된 영안실로 향했지요. 이후 뒤풀이는 뒤늦게 지휘자의 사정을 안 단원들이 모였으니 썰렁할 수밖에 없었고 관객으로 온 지인들도 가슴아파해 미안할 따름이었지만 그건 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장례일정을 순조롭게 마치고 납골당에 유골을 모시며 아버지께 말씀 드렸습니다. ‘ 음악가의 삶을 후회해본 적 없습니다. 다만 늦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홍준철 2014년 가을의 일입니다.     2015/09/29
  김지형 선생님‥ 그날이 기억납니다.
음악과 동행하는 삶을 사시니
인생의 희노애락도 음악과 함께 하시네요‥

자랑스럽고 감사합니다 선생님‥

더불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나와 단원들과 관객들, 공연을 위해 애쓰신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공연은 최선을 다해 성공해내야 한다'는 다짐을 해보게 됩니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모두가 합력하여 선을 이루워야지요‥

'연습 또 연습' 으로 저도 지휘자 선생님께 부끄럽지않게 준비해 갈께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5/09/29
  장길순 연주회 관객이었던 1인으로 작년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1주기가 한 달 여 남았네요.

우리도 다시 한 번 다짐해볼까요? 연습은 한다!!
    2015/09/30
   마지막 음악의 점검 [3]  홍준철
   합창단 생사의 골든타임 10분 [3]  홍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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