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서평 : 무용과 음악이 만날 때(우광혁저) 2000/10/21
한 사람이 음악, 무용, 연극, 영화, 미술, 전통예술을 몽땅 공부하면 뭐가 될 수 있을까? 라는 대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무수히 많은 직업군이 탄생되었다. 필자는 이 즐거운 상상을 지속해보았다. 모두 <전지전능>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지휘자, 연출가, 안무가, 영화감독, 미술관장, 기획자, 예술총감독, 극장장 등이 탄생 할 수 있었다. 또한 한가지 분야에만 전념하더라도 그 사람의 예술적 에너지는 끊임없이 타 분야에서 제공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합창지휘를 하고있는 필자로서는 합창지휘자는 무용과 연극을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용은 지휘와 흡사한 면이 많이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안무되는 무용은 상당부분 음악의 언어를 무용의 언어로 번역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으며, 그와 똑같이 한 사람의 머리 속에서 울리는 음악의 언어(나는 그것을 음악의 象이라고 표현한다)를 손과 표정 몸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지휘이기 때문이다. 즉 지휘자가 무용을 배우면 배울수록 그의 지휘 표현의 기량은 늘어만 갈 것이다. 기본 beating의 방법을 익히고 나면 그 다음은 자신만의 독특한 지휘 폼을 만들게 되는데 이 지점에서 무용은 더할 나위 없는 스승의 역할을 할 것이다. 연극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사의 전달, 긴장과 이완, 호흡법, 동선, 기승전결, 극중인물의 성격표현들은 모두 음악과 관련 있으며 지휘자가 당연히 체득해야 하며, 단원들에게도 명쾌하게 가르칠 줄 알아야 하는 부분이다.          

이쯤에서 말을 바꾸어 해보자. 무용하는 사람은 그럼 무엇이 필요할까? 체육역학 등은 당연하고 음악, 연극은 필수이며 의상, 조명, 무대미술들도 배워야할 내용들이다. 그 중에서도 음악은 거의 무용 시작과 동시에 함께 해야 할 예술임을 우리는 안다. 사실 무용과 음악은 결혼했어야 하는 사이였다. 특별히 무용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이 당연한 사이가 그 동안 서로 남처럼 살고 있다. 각자의 갈 길을 가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결합은 극히 사무적으로 만났을 뿐이다. 이 운명과도 같은 사이를 우광혁著 무용음악론 <무용과 음악이 만날 때 / 예솔 >은 늦기는 하였지만 결혼을 전제로 만났다는 점에서 가치 부여가 되고 흥미롭다.

저자는 음악을 전공하고 현재 무용학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현장무용음악을 만들고 작업하는 사람이다. 즉 음악을 통해서 무용의 깊숙한 내용까지 접하고 있는 전문가란 말이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 무용가는 음악적으로 움직인다. 무용가의 동작은 단지 걸음을 몇 번 옮기는 것에서도 분명히 다르다. 예쁘게 걷는 사람은 모델이지만 모델은 음악을 틀어 놓고 걷는 것에 반해 무용가는 그 걸음 속에 음악을 담고 있다. 그래서 좋은 무용가는 좋은 음악성을 필요로 한다. 무용의 동작은 인간이 행하는 수많은 동작 중에서 진주와 같다. 진주처럼 귀하고 아름다워서도 그렇지만 아름답게 보이지 않더라도 진주와 같은 가치를 갖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용이기 때문이다. 무용이 진주라면 그것을 꿰어 목걸이로 만들어 주는 것이 음악이다. 그러나 음악은 실처럼 구슬을 꿰는 것이 아니라 구슬과 구슬이 스스로 꿰이도록 한다. 무용가가 음악적으로 움직인다는 말은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 속에 음악을 담고 있다는 뜻이다. "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생각을 풀어내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총 6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1. 무용의 입장에서 음악을 보고(무용적 음악론), 2.음악의 입장에서 무용을 보고(음악적 무용론), 3.둘을 동시에 중첩시키고(무용과 음악의 인터커뮤니케이션), 4. 안무자를 위한 음악분석, 5. 음악 소품소개, 6.리듬훈련을 담고 있다.          

1-3장까지 저자는 끊임없이 음악의 언어를 무용의 언어로 환원시키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것은 무용학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에서 얻은 깨달음이었으리라. 무용수 스스로 자기가 사용할 음악을 선택하는 창조성을 키워주고, 한편 자율성 있는 지침을 만들어 주면서 음악이 바로 무용이다라는 번역해주는 일이 그 것이다. 1장 <무용적 음악론>에서는 특히 리듬, 템포, 형식, 악센트, 소노리티, 스타일, 정서, 구조, 음계, 조성을 하나하나 해부하여 알기 쉽게 설명하였고 실제 무용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친절하게 정리해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철학적, 정신적, 미학의 문제까지를 무용가의 입장에서 소상하게 다루고 있다. 2장 <음악적 무용론>으로 음악가의 입장에서 무용을 바라보며 음악의 속성, 아티큘레이션, 바디 비팅(Body beating), 미적 분석의 패러미터들, 안무의 영역, 무보법, 음악성과 무용성 등이 심도 있게 다뤄지고 있다.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양쪽의 시각을 결합시키는 3장 <무용과 음악의 인터커뮤니케이션>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무용과 음악의 공통적 관심과 영역의 문제, 해석의 관점에서 본 무용과 음악의 비교, 통합교육을 통한 차별성의 극복, 더나가 현재 구조적으로 안고있는 무용교육의 진일보한 패러다임까지 제시해 주고있는 것이다.  

저자는 무용과 음악의 은밀한 내면적 연애(소통)를 꾀하고 있다. '만날 때'라는 제목이 이를 우회적으로 암시한다. 무용과 음악이 서로가 시각적 예술, 청각적 예술이라는 다름을 인정하며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구조와 진행방식, 재료와 감정표현의 같음을 강조하면서 유기적으로 결합 할 수밖에 없는 무용의 현장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머지 않은 장래에 결혼(통합교육)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둘의 결혼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지고 올 것이 당연하며 우리 예술계가 언젠가는 이루어 내야 할 화두이기도 하다.  

앞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예술간의 내면적 소통이 커질수록 그 해당 예술세계의 풍성함은 익히 아는 바이고 새로운 영역의 창출, 심도 깊은 문화산업으로까지 확대가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은 그 시작과 중반을 넘어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  

1998년 저자는 <음악의 언어와 무용의 언어/예솔>라는 저서를 통해 이미 무용과 음악을 소개하는 시도를 보였다. 2년 후 <무용과 음악이 만날 때>는 상당한 진일보로 양 분야의 공통분모를 확대하면서 결합시켜 나가고 있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섬세함과 전문성을 지니고 공을 드려 이 책을 썼음에 저자의 내공이 피부로 와 닫는다. 그 힘으로 달려가면  몇 년 뒤에는 한 몸이 된 결합으로서의 무용음악 저서의 탄생도 가능 할 것이다.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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