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합창단 창단 4주년 2000/10/17
창단 4년동안 7회 정기연주회, 초청공연20회, 사회봉사공연 27회 등 60회 가까운 연주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더구나 모두 각자의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저녁시간으로 일주일에 2번 모여 화음을 골라 창작품이 70%이상 되는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더구나 현 단원 46명, 최근 9개월간 출석률 89.9%, 20종이 넘는 연습용 악보집에 이어 음악마을 악보집 1출판(낭만음악사), 음반 출반(라자로의 노래)등은 음악마을 사람들이 독특한 면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4년 동안 음악이 있는 마을은 한국문화에 있어서는 <문화게릴라>가 되어 버렸다. 처음부터 게릴라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하다보니 게릴라가 된 것이지....... 남들이 안 하는 일만 골라서 죽어라 해 댔더니 그렇게 되어 버렸다. 세간에 별반 관심 없는 창작곡에 목숨을 거는 일, 무대에서 막춤을 춘다던지, 연극을 한다던지, 츄리닝 바람이거나 평소 입던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가는 일, 장애인 부부를 위한 웨딩 콘서트를 마련한다던지, 엄청난 예산을 팍팍 써가며 소록도의 나환우를 만나 공연을 한다든지, 그러다가 갑자기 창작 칸타타를 고상하게 연주한다던지, 아마추어 작곡자 작품을 찾아나선다던지, 세계적인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부산을 떤다든지, 합창단이 악보집을 출판 한다던지, 어느날 갑자기 초대권 없애고 유료표만 판다던지, 10분전 입장이라고 엄포 놓고 유료입장객들을 지각했다고 중간 휴식까지 문 안 열어주는 꼬장을 부린다든지 ......

나는 이런 게릴라식 전법들이 소위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곱씹어 보면 이 사회가 당연히 품고 있어야할, 또 꼭 필요하기만 한 <음악적 사건>들이다. 다만 이런 일들이 언제나 없는 상황이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음악이 있는 마을이 하는 일들은 독특한 활동으로 비쳤을지 모르겠지만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들뿐이다.

4년이 지났다. 우리는 게릴라 특유의 한 서린 눈과 투쟁에 지친 얼굴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음악과 출석에 관해 스스로에게는 매우 엄격하긴 했으되 그 나머지는 마냥 즐겁고 재미있게 노래하며 살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평범한 일들을 했을 뿐이고 앞으로도 평범하게 우리의 문화계를 종으로 횡으로 휭휭 뚫고 지나갈 것이다. 그것이 한국 음악계에 새살을 돋구는 일이라면............

200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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