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프로야구와 합창 2015/08/12


프로야구와 합창




야구에 빠져들면서 서서히 마니아가 되어갔다. 류현진 때문에 LA 다져스를 좋아했는데 올해는 부상으로 게임이 없자 이마저 시들해질때 국내 프로야구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유난히 만년 꼴찌에서 중위권까지 오른 김성근 감독의 한화 이글스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게임을 TV로 보거나 못 보는 날은 결과를 챙기기 시작했는데 이러면서 점점 중독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하여 급기야 내생에 처음으로 한화 유니폼과 모자를 인터넷에서 주문하여 장착하고 잠실구장으로 가 응원까지 하였다. 실로 스스로 생각해봐도 신기한 일이었다. 합창단도 이런 관객몰이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잠실구장은 27,000석인데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2,600석이니 꼭 10배가 넘는 숫자이다. 한 시간 반전부터 구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거의 대부분의 관객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으며 치맥(치킨과 맥주)과 응원기구 또한 준비하고 나타났다. 입장하는 줄도 너무 길어서 그 끝을 찾는데도 애를 먹을 정도로 관객이 많았다. 이날 관객은 입석까지 해서 30,000명 정도가 왔다고 하니 꼬박 1시간 동안 줄서는 일에 열중해야만 겨우 들어갔다. 그것도 2회 초가 되어서야 ....관객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게임은 시작되었다.  




야구장 내부는 그야말로 커다란 용광로였다.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져 있고 1루와 외야 쪽은 홈팀 관객이 3루와 외야 쪽은 원정팀 관객이 자리 잡고 자기 팀이 공격을 할 때마다 일어나 선수 개인의 응원가를 부르고 안타나 홈런을 외쳤고 잠시도 가만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열광적이었다. 야구 자체도 재미가 있지만 응원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정도였다.




미국의 야구를 시청해보면 그들은 대부분 열광적인 응원을 하지 않는다. 즉 연주를 조용히 보고 그 감동에 박수를 치는 것처럼 수동적이다. 그러니 일어나거나 파도타기를 하면 그것 대단한 일이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야구팬들은 선수들보다 관객 자신들이 더 난리다. 선수들을 향해 주문을 걸고 북을 치며, 목청을 높여 응원을 하면서 게임내용에 환호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한다. 내 눈에는 관객 자신들도 연주자로 보일 정도로 적극적이다. 뜨겁다. 자신의 모든 것들을 응원을 통해서 표출한다. 즉 미국야구는 게임을 주로 한다면 한국은 관객의 응원이 주가 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야구를 보면서 나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합창공연도 이렇게 간다. 전석 유료매진에 관객들이 들어차고 연주전에 합창단이 입장하면 관객들은 합창단 응원가를 부른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박수치고 환호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합창단의 티셔츠를 입고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적인 응원을 퍼부어 준다. 중간 휴식시간에도 관객들은 노래를 하고 공연이 끝나면 함께 대규모 합창으로 막을 내린다. ‘ 우리는 합창단 000을 사랑한다.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너희를 응원한다.’ 라고 말이다. SNS가 불이 날 정도로 평들이 쏟아지고 아무리 작은 공연에도 응원단이 오고 팬시 상품이 짝퉁이 돌아다닐 정도이다. 인터넷에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합창전문 TV 프로그램이 있어 해설과 함께 방송되고 자잘한 합창단 단원들의 일상이나 지휘자의 인터뷰가 소개된다. 지휘자나 반주자 또는 단원들이 연봉협상을 하여 개런티가 올라가고 어느 합창단에 부족한 알토를 위하여 다른 합창단의 베이스와 1:1 트레이드를 한다는 등등.....  




야구장에 서서 그 뜨거운 열기를 느끼면서  나는 이 열기가 합창의 열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언젠가는 꼭 그리 되리라라는 생각도 하였다. 합창이 인생을 닮았고 자연을 품으며 저 깊은 우주까지 들어내는 예술이라는 것을 관객들이 알고 그런 점이 정착된다면.... 우리가 좀 더 생각하고 우리가 좀 더 앞을 내다보는 시력을 기른다면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 어떤 계기가 있어 그 길로 갈수 있는 날들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창조라는 것은 또 희망이라는 것은 지금을 알면서도 미래를 바라보며 자신을 그곳으로 이동시키는 버릇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면 우리의 상상력은 차고 넘쳐도 좋을 것 같다.




생각난 김에 합창전문 TV나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김지형 선생님도 마리한화에 취하셨군여~ ^^
재미있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5/08/13
  장길순 획기적인 신상품들은 다소 엉뚱해보이는 상상에서 비롯되죠. 현실가능성?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201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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