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CEO에게 보내는 편지 2001/04/14
CEO께 보내는 편지

경제난이라는 혼란 뒤에 직장생활이 경직되어 가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양보는 곧 죽음이요, 남보다 더 잘나야 한다는 강박관념, 현기증 나는 속도감속에서도 정말 졸라리 코피 터지게 회사 일을 하고  회사는 곧 종교요 그래서 순교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실 겁니다. [더 크게],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를 외치면서 전 직원이 오로지 회사만을 위해 특수부대원들처럼 일해서 이 혼돈의 세계에서도 굳건히 살아 남아 성공하고 싶으신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초장에 재를 뿌려서 죄송합니다만 월급 많이 주고 이 꿈을 이루시려고 하시겠지만 개꿈일 뿐입니다.

뭔 한밤중 봉창 찢어지는 소리냐고 하실런지요. 또는 <네가 기업에 대해서 뭘 알아 ! 베짱이 주제에!>하실런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기업 경영도 모르고 음악, 그 중에서도 합창밖에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음악만 하다보니 신기하게도 음악을 통해서 세상이 보이기도 하고 세상의 모습이 음악에 투영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니 세상이 곧 음악이요 음악이 곧 세상이라는 경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각설하고, CEO께서는 고민하실 겁니다. 직원들의 마르지 않는 [창의력]을 어떻게 하면 발휘하게 할까? 회사 문을 열고 들어오며 <나는 이 회사가 좋다, 이런 훌륭한 회사를 다니게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CEO를 인간적으로 존경한다 >라고 생각하며 들어오게 할까? 직원과의 화합을 바탕으로 업무의 유기적인 연관을 갖게 하나?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능력과 생산성을 높이나? 어떻게 하면 회사 일이 자신의 일처럼 헌신하게 하나? .... 등등

이를 원하신다면 퇴근 후에 합창단에서 노래할 수 있도록 작은 배려를 해 주십시오. 아직은 CEO께서 경지에 다다르지 못하여 직원의 합창활동이 고민하고 계신 그 문제 해결의 구체적인 답이라는 것을 모르시겠지만, 합창활동은 명쾌하고도 직접적인 해답입니다.

우선 합창활동을 하면 영혼이 풍성한 인간이 되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은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창조적인 작업을 하기 때문에 없던 창의력도 생깁니다.(합창을 하면 우뇌를 엄청나게 많이 쓰게되는데 이는 창의력의 본산지입니다) 음정과 박자를 맞추다 보면 꼭 있어야할 자리, 꼭 필요한 시간에 있을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Harmony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동료들과 화합 할 줄 알게 됩니다. 불협화음과 협화음을 경험하기 때문에 갈등과 긴장의 원인을 알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알게 됩니다. 음악에 자신의 혼을 담는 연습을 하는 것은 직장 일에도 정신을 담을 줄 아는 경지에 도달합니다. 또한 지속적인 문화를 통한 봉사활동을 하니 스스로가 [나는 살아 있다! 나는 귀한 존재이다!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를 외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회사가 돈을 들여 해결하시려면 몇십 억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직원의 완벽한 재충전 - 그것은 문화활동에 있습니다.

CEO님! 우리 사회가 외형적으로는 선진국형으로 가지만 내면적으로는 후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정신문화가 높은 문화시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숨조차 쉬기 어려운 사회를 우리가 만들었고 또 거기에서 헐떡이며 살고있습니다. 이런 사회를 만든 것은 또한 CEO님들의 혁혁한 공헌입니다. 문화가 없이는 다음 세계로 넘어 갈 수 없습니다. 제발 문화마인드를 가지십시오. 사회와 국가까지 거창하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오로지 회사를 위해서라도.....

두고 보겠습니다. 한 회사를 고스란히 고자질해대고 투영되는 예술이라는 거울을 가지고 있는 한 합창단의 지휘자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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