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세 개의 헌금이야기 2011/11/14
세 개의 헌금이야기


1. 큰놈의 세금


큰놈 어릴 적 교회에 같이 다닐 때 주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세금(稅金)을 달라고 했다. 헌금(獻金)이란 단어를 모르는 녀석이 세금은 어찌 알았던지 세금내야 한다고 돈을 달라고 한 것이다. 세금과 헌금은 받는 당사자도 다르지만 현실적 강제력으로 보면 세금이 훨씬 강력하다는 점에서 세금이란 표현이 재미있었다. 내지 않으면 안 되는 하느님께 내는 세금으로 큰놈은 꼬박꼬박 500원짜리 동전을 손에 쥐고 교회에 다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녀석은 가끔씩 이 세금을 내지 않고 간 크게 뚱쳐 두었다가 과자를 사먹은 세금포탈의 범법행위를 하여 애비인 나한테 먼지 나게 혼난 적도 있었다. ‘ 이놈아! 하느님한테 바치는 돈을 훔쳐?’ .....


대부분 그렇지만 아이를 혼내고 난후면 부모가 더 가슴앓이를 한다. 아이들은 금방 잊고 태평하게 자는데 비해서 부모는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세우기마련이다. 헌금의 경우는 더욱 그랬다. 오히려 부끄러운 것은 나였다. 사실 더 큰 헌금포탈의 주범은 나란 생각이어서이다. 아이는 수입이 없으니 부모한테 헌금을 받지만 부모는 특히 직장을 다니는 아비인 나는 십일조만큼 헌금을 내지 않았다. 반 조금 더 내고도 배짱 좋게 교회에 얼굴 들고 다녔다. 금액으로 치면 감옥에라도 가야할 판이고 내가 더 먼지 나게 혼나야 되는 게 맞는데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괜한 아이만 잡아 족쳤으니 속이 편할 리가 없었다.



2. 이강숙의 헌금

내 삶의 은사 이강숙 선생님이 위암말기로 수술할 때의 이야기다. 하도 상태가 심해 수술하다가 죽을 수 있는 상태였고 성공한다 해도 완치율은 30%가 안 되는 상태였는데 무신론자였던 이강숙 선생님을 위해 그의 절친한 친구인 최규완 박사(새문안교회 교인)가

‘ 강숙아 니 수술 성공해서 살믄 내하고 교회 간다는 약속을 해라.

그라믄 내가 니를 위해 수술 잘되라고 기도해 주꾸마’

‘알았다 알았다. 내 살믄 교회 갈테니 기도나 열심히 해라’


최규완 박사는 그전에도 이강숙 선생님을 교회로 인도하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 니는 그리도 세상에 자신이 없나?’ 하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는데 위암 수술을 받으려니 뭐라도 기대고 싶으셨는지 덜컹 교회에 나간다고 약속을 한 것이다.

기도덕분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강숙 선생님은 수술을 잘 마치고 완치까지 되셨다. 약속대로 회복 중에 병원이 운영하는 교회에 가기로 하여 하여 소위 헌금이라는 것을 난생 처음 준비하였다고 한다.

‘죽을 사람을 살려 주었으니 얼마를 내야 하나? 만원? 내 생명이 만 원 정도밖에 안 되나? 이건 좀 민망하지 않을까? 그럼 50만원? 이건 너무 많지 않나? 한번 헌금에 50만원을 내면 병원비는 무엇으로 내고 집 사람이 알면 맞아 죽을 끼다. 겨우 위암에서 살았는데 맞아 죽으면 안 되지……. 그럼 얼마를 내나? 교회에 간다고 해서 약속은 약속이니 가는 기고 내 맘속에 하느님 믿을 마음은 별로 없으니 그래 20만 원쯤 내자!’


이강숙 선생님은 20만원을 들고 병원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다시 병실로 돌아 왔을 때 시골에서 삼촌이 문병을 왔다고 한다. 그 삼촌이 병실을 나가면서 병원비에 보태 쓰라고 봉투 하나를 내밀고 갔는데 그 봉투를 본 순간 깜짝 놀랐다고 한다. 거기에는 20만원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강숙 선생님은 지금 새문안교회 열심이신 교인이시다.


3. 홍준철의 세금

연초에 굳은 결심으로 헌금 약정을 하고 매주 나누어 내어도 연말이면 기십 만원이 구멍이 난다. 몇 년을 그렇게 막판에 거금을 내어 겨우 약정을 마친다. 작년도 마찬가지였다. 금액도 컸다. 50만원 넘게 부족했다. 대학 강의도 끝나고 날 추워지니 돈이 생길만한 구석도 없는데 큰돈이 부족한 것이었다. ‘ 아! 이걸 어쩐다? 요즘 다 어려우니 그냥 미납상태로 놓고 뭉개 버릴까? 어차피 신부님이나 몇몇 분들만 아실 터이고, 내 사정 잘 아니시니 그냥 넘어가지 뭐 큰일이야 나겠어? 그렇게 슬슬 헌금포탈의 음모가 내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그 순간 ‘세금’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큰놈 어린 시절 그 세금포탈 사건 말이다. 내 스스로 약정한 헌금을 안내는 것은 헌금 포탈이다. 이 미납금은 분명히 위약금과 더불어 소환장이 날라 오고 우리 집 대문에 빨간딱지 붙인다고 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낼 위인이 그렇지 않다고 슬쩍 해먹으려고? 그럼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이 빨간딱지 함 부쳐봐?. ...


내안의 세무요원은 나를 끝임 없이 괴롭혔다. 그래서 결심했다. ‘ 어서 내자,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다행이 카드 불량자는 아니어서 1월초 현금서비스를 받아 묵은 헌금을 마쳤다. 헌금 봉투에 이렇게 적었다. ‘ 하느님 늦게 내서 죄송합니다. 이자는 못 드립니다. ㅋ’


이런 일이 있은 뒤 이틀 뒤에 나를 잘 아는 어떤 부부의 초대로 식사를 같이 하였다. 그 부부는 자신들이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는 향우회 모임에 매번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음악 감상을 하는 시간을 마련했고 내가 그 강의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하였다. 나는 그런 것이라면 자신 있다고 흔쾌히 허락을 하였다. 그 부부는 자신들은 강의료를 먼저 드리는 규칙이 있다며 뜻밖에 봉투를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 아니 뭐 이런 걸 다.....’ 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이강숙 선생님의 경우가 생각이 나서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궁상맞게 그 선불로 받은 강의료 봉투를 기어이 열어 보았다.

‘ 오 마이 갓!’ 딱 현금 서비스 받은 그 금액이었다.


‘ 아!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 구나...’ 이제껏 나에게는 이런 운이 없는 줄 알았다. 인생 역전하려고 산 로또도 언제나 꽝이었고 그 흔한 송년회 모임 경품도 나에게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요즘 나는 자꾸 비실비실 웃으면서 이 말이 입에서 맴돈다.

‘ 하느님 뭘 이런 걸 다....ㅎ’


  이대희 많은 반성 그리고 아직은 세금과 헌금의 차이도 모르는 무지의 믿음으로 자신에게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합니다. 특유의 위트 속에 꾸짖음이 가슴 한구석에 꽝하는 소리를 듣게하는 글이고요. 감사한 글 넙죽 잘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11/11/14
  전소영 헌금 아니라도 오늘은 주변 사람들한테 커피 한잔이라도 사야겠군용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1/11/15
  신명순 세금과 헌금..같은 돈인데 돈의 사용처와 무게성이 사뭇 다르게 다가오네요.. 글 읽는 쳅터마다 아멘!! 하였다는..ㅋㅋㅋ^^;;     2011/11/24
  조에스더 나의 헌금에 대해 다시한번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 되네요...     201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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