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4월 2015/05/05
4월

  


지금도 계실 겁니다. 탑골공원 삼국지 이야기꾼 아저씨들.... 무료한 오후 탑골공원에는 삼국지를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나타나서 자리 잡고 이야기를 풀어놓으시면 갑자기 할아버지들이 주변으로 몰려듭니다. 처음부터 듣지 않아도 됩니다. 언제나 중간에 들어도 이해하기 쉽고 구성진 표현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니까요. 길게는 두 시간씩 하기도 하고 끝나면 십시일반 천 원짜리 백 원짜리를 모아주기도 한답니다. 이야기꾼 아저씨는 그 돈으로 텁텁한 목에 술 한 잔 걸치실 수 있으시겠지요. 그런데 어느 날은 이야기꾼 아저씨가 복수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면 탑골공원은 관객은 둘로 또는 셋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재미있게 농을 섞어 야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가시는 분에게 관객이 더 많습니다.

  


내용은 같은 내용입니다. 삼국지 대충 줄거리를 다 아는 내용이지요. 제갈량의 삼고초려라든지, 적토마.. 조조의 간계 등등 ... 그런데 누구는 더 재미있고 누구는 덜 재미있습니다. 한사람만 하면 재미가 있는지 없는 지 구분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됩니다. 하지만 복수가 되면 선택을 해야만 하고 더 재미있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래서 비교 우의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연주가 그렇습니다. 더더욱 가사가 있는 합창도 이와 같습니다. 같은 음악이라도 더 재미있게 감동 있게 풀어내는 합창단이 있는가하면 오로지 소리만 내는 합창단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일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목청 좋은 합창단이 또 음악적 기능이 빼어난 합창단이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의 명품은 정보의 전달이 넘어서는 감정의 전달자로서 강력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사건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서 영혼을 흔들고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관우의 청용언월도가 내 목 바로 앞에서 스치게 만들어 놓는 이야기꾼이 진짜 잘하는 이야기꾼인 것처럼 같은 음악이라 할지라도 가사와 음악이 바로 지금 이곳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연주를 하는 합창이 잘하는 합창일 것입니다.

  


작곡가 이건용의 ‘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 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예수가 예루살렘 입성부터 무덤에 묻히기까지 전 과정을 4복음서를 합해서 풀어놓은 대작입니다. 북이 울리고 나귀가 뒤뚱이며, 군중들이 환호하는 소리, 향유를 부은 여인과 이를 질타하는 제자들, 마지막 만찬의 그 처연함, 예수의 피땀 흘리며 기도하는 장면, 배반당하고 잡히고 심문받고 죽이라고 고함치는 또 다른 군중, 세 번이나 부인하는 베드로, 십자가형의 치욕과 아픔, 강도 두 사람의 고백과 백인대장의 고백, 어둠이 몰려오고 ‘ 엘리 엘리 ’를 외치시는 주님의 마지막 얼굴과 죽으심, 그리고 무덤에 묻히시는 33년 4월 초 6일 동안의 행적이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는 음악입니다. 기독교 복음의 중심인 이 수난복음을 연주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사건을 기억하라는 것 정도가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 가있으라는 정도의 강력한 체험을 요구합니다. 모든 오감을 작동하여 33년 4월 초 예루살렘 골목들과 다락방, 가야파의 집과 안나스의 집, 성전과 빌리도의 집무실, 골고다 언덕과 십자가 위에 있어보라는 것입니다. 예수와 함께 매 맞고 채찍질 당하고 십자가를 매고 그 좁은 골목에서 넘어져 보라는 것입니다.

  


수난곡의 연주를 잘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쉿쯔의 마테수난곡, 바흐의 마태 수난곡, 요한 수난곡, 헨델의 메시아, 페르골레지의 스타밧 마테르, 이건용의 예수그리스도의 수난 등등을 연주한다는 것은 바로 거기에 나를 세운다는 것입니다. 음악으로 시공을 뛰어넘는 초월의 힘이 발휘되어 진실로 있는 그대로의 날것으로 재현해 내는 것이야 말로 수난곡 연주의 목표요 사명이 될 것입니다.

  


4월입니다. 미친 듯 불어대는 3월의 바람을 넘어서고 나면 다가오는 잔인한 사월, ..... 수난절과 부활절이 있고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이 있습니다. 또 4.19가 있습니다. 합창인들은 어떤 4월을 보내고 계신가요? 우리는 세월호를 어떻게 추모하고 있나요? 캄캄한 어둠의 바다 속에서 죽음을 맞고 있는 아이들 곁으로 우리가 가야하는데 어른인 우리가 아이들을 그리 죽게 방치해 놓고 묵념만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는 것인가요? 우리 음악가들은 2015주기의 예수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2015 4월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 수 있나요?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위로 할 수 있나요? 우리는 어떤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연주하고 있나요?

  


참으로 많은 생각이 오고가는 참담한 4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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