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아프고 또 아팠던 음악회 2015/06/05
아프고 또 아팠던 음악회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슬픔을 덜어본 적이 없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건용 작곡의 세월호 추모칸타타 ‘정의가 너희를 위로하리라’가 그것이다. 몇 년 전 한해 동안 ‘예수그리스도의 수난’이라는 수난곡을 준비할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기독교인으로서 예수의 수난 사건은 내 가슴속에 파고들었기는 했지만 그래도 영혼의 바닥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그랬다. 불경스러울지는 몰라도 예수님의 고통과 분노가 느껴지기는 하였으되 그리고 슬픔이 있기는 하였으되 그 고통에 함몰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았다. 예수는 인류를 구원하려했던 웅대한 사명의 완성하는 죽음이었기 때문이고 또 부활이라는 놀라운 엔딩이 준비되어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세월호 추모 칸타타’는 깊은 바다에 빠진 선실 속에서 죽음으로 최후를 맞이했던 그 어린 학생들과 같이 있는 슬픔이 연습 중에 느껴졌다. 그건 너무도 생생한 사실이었다. 인간은 정신적 고통을 당하면 자꾸 잊으려하는 망각의 순기능을 가지고 있기에 치유될 수 있을 것인데 매주 한번 씩 두 시간 넘게 그 바다 속에 있는 경험은 이겨내는 일도 고통이었다.

슬픔이 깊으면 침묵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단원들 중에는 이 공연 안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자녀가 중고등학생이거나 그보다 어린 학부모단원들은 고통스럽다고 했다. 지극히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연습 때마다 울음이 솟구쳤다. 곡들을 해석하면 할수록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자하면 할수록 지휘자를 포함 단원들은 더 깊게 더 오랜 동안 바다 밑 세월호 캄캄한 선실에 있어야했다. 곡 중 나오는 D major화성도 부를수록 비탄의 조성이 되었다. 기쁨과 환희의 조성 D major는 헨델의 할렐루야,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비롯해 예수의 부활부분 등 기쁨의 최고치에 쓰이는 조성임에도 세월호 추모곡 안에서는 어둠과 분노의 조성일 뿐이었다.

4개월... 짧지만은 않은 시간들은 연습하고 마지막 연습 때 단원들에게 말하였다. ‘오늘까지만 울자. 연주 때는 울지 말자. 비정할 정도로 자신을 챙겨라. 그동안 연습한 것만으로도 이미 깊은 슬픔이 녹아있음으로 오히려 연주는 담담하게 하자.’고 했다.

연주는 2015.4.21 오후 8시 경동교회에서 진행되었다. 경동교회는 이 연주회를 위해 흔쾌히 대관해주고 연습할 수 있는 날들을 덤으로 후원까지 해주었다. 관객은 350명 정도 왔다. 외국인들도 눈에 띠었다. 먼저 지휘자인 내가 연주전 안내멘트를 하였다. 인사 없으며 박수도 없다. 꽃다발도 없다. 연주 끝나고 1분 동안 기도나 묵상한 후 조용히 주변사람들을 위로하고 헤어지자고 하였다.

낭독자 3명이 번갈아 가며 내레이션을 하고 연주를 하는 방식인 이 칸타타는 첫 곡 ‘슬퍼하는 사람아 너희는 위로를 받을 것이다.’부터 슬픔은 모든 사람을 휘감았고 객석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합창(성악)은 울면 망한다. 눈물이 나기시작하면 준비된 발성이 무너지면서 음정 떨어지고 긴 프레이징을 끌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날의 슬픔은 자연발생적이었으며 참는다고 참아지지 않았다. 드디어 제 7곡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직전 내레이션에서는 그만 터지고 말았다. 고등학교 여학생이 읽은 ‘ 엄마 !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엄마를 위해 우세요.’에서였다. 엄마! ......, 그 한마디에 속울음으로 참았던 오열이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그 죄책감, 그 황망함, 솟구치는 눈물은 이 비루한 삼류국가에서 자식을 낳고 키우며 사는 백성들의 한스러움이었다. 독창자들도 흔들렸다. 합창에서도 걷잡을 수 없었다. 지휘자도 울고 단원도 울고 독창자들, 오르가니스트, 피아니스트, 낭독자들 또 관객들 모두가 울었다. 이어지는 ‘탈리타 쿰’, ‘하나님의 어린양’, ‘주여 죽은 이들을 평안히 쉬게 하소서’까지 울음 반, 음악 반 이었다. 연주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참회의 시간이었고 고해성사였다.

슬픔은 슬픈 만큼 슬퍼해야 하고, 아픔은 아픈 만큼 아파해야하고, 분노는 분노한 만큼 분노해야 조금씩 덜어지는 것 같았다.

가장 슬픈 음악회,
가장 아픈 음악회,
떨쳐낼 수 없이 덕지덕지 붙은 우리의 처절함을 폭로하는 음악회
세월호 추모칸타타
' 정의가 너희를 위로하리라 '였다.



  김준우 뭉클하고 공감되는 지휘자님 소감입니다. 음마 페북에도 공유하였습니다.     2015/06/06
  진윤수 뒤늦게야 이 글을 읽게되었네요... 마음으로 공감하게 되는 글입니다.     2015/07/16
   프로야구와 합창 [2]  홍준철
   구자범을 만나다. [1]  홍준철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Y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