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조수미 독창회 2002/01/02
2001. 12.29(토) 오후 7:30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 김덕기)

R석이 8만원이나 하는 조수미 독창회는 이미 사전에 매진되었다. 당일 차량도 주차장이 모자라 전당 마당까지 차지하는 진풍경을 보였다. 이미 10분전에 대부분의 우리나라 관객들  답지 않게(?) 좌석을 채웠으며 연주가 시작되자 2,600석(합창석까지)거의 모든 좌석이 빼곡하였다.

와! 이런 일이 국내에서도 일어나기는 하는구나!!!.......

나는 부끄럽게 고백하지만 조수미의 연주회를 극장에서 직접 보지는 못했다. 조수미! 23세 데뷔부터 카라얀과 함께 하고 30여개의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노래하였으며 죤 서들랜드 이후 완벽한 기교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라는 찬사를 받고있는 그녀......

그녀의 독창회를 직접 본다는 것은 분석과 비평하려는 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감상과 감동의 공연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흥분되었다.

첫 곡, 오케스트라의 <윌리엄 텔 서곡>을 밍밍하게 끝날 때까지만 해도 조수미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이후 조수미는 7곡의 독창을 하였고 테너 정윤호와 3곡 앙코르 5곡까지 총 15곡을 연주하였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좀 실망스러웠다.

우선 정돈되지 않은 오케스트라 음색과 부조화이다. 조수미는 생각보다 목소리가 크지 못했다. 환상적 기교를 자유자제로 넘나드는 기량은 가지고 있으되 포르테는 빈약하기만 한 목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특히 관파트)는 조수미의 섬세한 면을 살리기보다는 뒤덮는 쪽의 역할을 하였다.

지휘자의 태도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는 반주의 역할에 충실하는 조연이기보다 음악회를 주도해 나가려는 의도를 계속 보였다. 비스듬하게 지휘석 등걸이에 기대거나 다리를 꼬고 서서 지휘하는 모습이라든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음악회를 지휘한다는 표정을 곳곳에서 지었다.

혹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했다. [조수미 독창회]가 아니라 [ 조수미 초청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쯤으로...

아무튼 조수미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CD를 듣는 것이 오히려 낳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녀가 그 날 무대에서 보여준 것은 지금까지 것들의 재탕(?) 수준을 못 벗어났기 때문이다.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거나 같은 곡이라도 오케스트라와의 많은 연습을 통해서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저 잘 아는 곡들을 짜 맞추는 정도로 연주회에 임했다는 것은 음량의 차이를 극복해내지 못한 결함으로 연결되었고 무대의 동선에 있어서도 여러 번 허점이 보였다.

앙코르 곡 [home sweet home] 가사를 쪽지에 적어 보고하였으며 그나마도 틀렸다. 관객들도 그 점은 충분히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저 그렇다는 박수소리가 대부분이었고 앙코르 때도 기립박수를 치는 사람은 없었으며 2곡쯤 넘어가자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만큼 진부했다.

연주자나 기획자가 그 정도면 관객들에게 아무 것도 들키지 않고 감동의 물결로 연주회를 마감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97점쯤 기대하고 그를 위해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온 2,600명의 관객에게 85점 넘었으니 만족하라는 이야기인가?

무대에서 관객 쪽으로 미적 에너지가 넘어오지도 않고 평면화된 화면처럼 밋밋하기만 한 것은 연주자들이 품어 야할 내적 의사소통의지가 별반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운 일 이였다. 특별히 함께 협연한 오케스트라와 그 지휘자에게 불만이 더 컸음을 말하고 싶다.

조수미도 화려한 의상과 웅장한 오케스트라 반주 등에만 연연하지 말고  고국에서의 연주는 자신의 말대로 고향에 온 것이니 거품 빼고 진솔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피아노 반주와 평범한 드레스를 입고 음악으로 승부를 거는 아름다운 그녀의 연주회를 보고 싶다.

아무튼 귀가 길에 먹은 5천원 짜리 <싸뽀로우동>이 훨씬 맛이 있고 감동적이었다.  주인장의 따듯함과 주방장의 정성이 혀끝에 감지되는 우동과 조수미 독창회는 그날 분명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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