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합창 바보 2011/02/10
 

 

일본의 아마추어 합창단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왠지 한국 사람들이 노래하는 것 좋아하고 예술적 감각이 풍부하여 일본합창단보다 훨씬 잘할 것 같지 않은가? 답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일본의 아마추어 합창단은 우리 아마추어 합창을 평균적으로 훨씬 능가한다. 중고급 이상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합창단이 그야말로 ‘ 천지 삐까리다 ’ (*경상도 사투리- 지천에 널렸다). 현대음악이면 현대음악, 르네상스음악이면 르네상스음악, 일본 창작곡, 전통적인 합창 문헌 등 못하는 것이 없다. 이런 합창단이 동경도(Metropolitan Tokyo)에만 20,000개가 넘는다.


왜 이들은 우리보다 잘하는가? 음악적 감수성은 우리가 뒤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것은 집중력, 사회적 여건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설명이 필요하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눈에 띄는 것이 결석이다. 한곡에 대하여 처음시작은 우리가 나을지 모르지만 음악의 깊은 바다로 들어가면 부력이 만만치 않은데 일본은 꾸준히 단원 전체가 이 부력을 이겨내고 깊이 들어가는 반면 우리는 결석으로 인해 중간에서 뱅뱅 돌다가 끝이나버리는 것이 체질화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마추어 합창단원들은 출석에 관한한 보통 다음 3부류로 나누어진다.


 1. 결석은 죽어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목매고 나온다.

 2. 가끔씩 사정이 생기면 좀 미안하지만 빠진다.

 3. 내사정이 급하다. 반이라도 나가면 다행이다.


1형의 부류는 최상급으로 거의 95%에서 100%까지 투신하는 형으로 합창단은 이런 부류의 힘으로 중심을 잡는다는 점에서 가장 이상적이다. 또한 3형의 부류는 잘라내면 그뿐이다. 고민할 필요도 없다. 노래를 잘한다면 더욱 솎아내야 한다. 노래를 잘한다는 의미가 상대적 관점에서 다른 대원들보다 좀 낫다는 편이지 절대적 관점에서 보면 그 정도 노래실력은 그리 아쉬워할 정도가 아니다. 이를 방치하면 합창단 존립이 위험해지는 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서 얻은 진리이다.


문제는 2번 부류 즉 ‘ 가끔씩 사정이 생기면 좀 미안하지만 빠진다’의 부류이다. 그리 크게 문제 삼을 수도 또 안 삼을 수도 없는 완만한 진행을 보이는 이 부류를 합창단은 눈 치켜  뜨고 감시해야한다. 왜냐하면 그냥 놔두면 관성이 붙어 상당수 인원이 3부류의 단원으로 전락하기 때문이고 음악적 완성도의 성패가 이 부류의 열심도로 좌우된다.


2부류의 단원들은 생각한다. ‘ 출석이 어느 정도는 되니 진도를 못 따라 가거나 3번 부류는 아니니 지휘자나 총무에게 그리 눈총을 받지도 않는다. 한번 결석했다 해서 그리 큰 문제가 생기지도 않는다. 얼마나 좋은가? 내할 일도 다하고 합창도 하고, 가끔씩 땡땡이치는 쾌감도 있고...  ’  


과연 그럴까? 전체에 문제없이 그런 정도로만 하면 음악이 될까? 이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느끼는 자기 방어 논리이며 착각이다. 전체를 조망해 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음악은 한번 연습할 때마다 아주 조금씩 해당 곡에 대한 음악적 기량이 늘어가는 데 어느 때는 연습을 오래도록 해도 진전 없이 멈추어 서는 때가 있다. 아니 뒷걸음질을 치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슬럼프라고 한다. 슬럼프는 다음단계로 발전하기 위한 직전의 상태이다. 이를 견디고 뚫고 나가면 다음 단계로 올라가고 아니면 그대로 거기에서 멈추는 기회이자 위기의 상태인데 집단의 경우에는 이 슬럼프의 상태가 더 길어질 수 있다. 그 시간을 늘어나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2부류의 결석에 기인한다. 빠지는 인원이 많게 되면 영원히 극복을 못하기도 한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무한대의 완성도에서 잘한 것도 아니고 못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연주로 끝을 내는 합창단이 이런 결석의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합창단은 왜 노래를 못할까? 라고 생각되시면 결석이 없는지 되돌아 봐야한다. 조금씩 갉아먹는 출석이 노래 못하는 합창단으로 전락하게 만들고 그로인해 단원들 자존심 상하고 이 악순환이 서너 번 계속되고 나면 존폐까지 직결된다. 한국에는 몇 십 년 된 합창단이 많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합창단은 자신의 사정으로 합창단에 폐가 된다면 가차 없이 스스로 그만둔다. 너저분하게 걸치고 있으면서 타인에게 폐를 끼지는 것을 죽기보다도 싫어하는 까닭이다. 본인이 하겠다고 맘먹으면 전적으로 달려든다. 지휘자 사례부터 악보, 연주비용까지 모든 예산도 자신들이 낸다. 물 한 병, 심지어 연주 당일 도시락도 다 자기 돈으로 사먹는다. 이것은 단순한 예에 불과하다. 냉정하리만큼 정교한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개인이 보이는 금전의 투자, 시간의 투자, 정성의 투자는 하늘을 찌른다. 합창만을 생각하고 헌신한다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합창바보(合唱ばか)라고 부른다. 자연히 우리보다 결석이 많지 않다. 아주 피지 못할 경우도 있겠지만 규정도 엄하고 합창을 대하는 태도도 우리와는 다르다. 그러니 일본 전국대회에 나오는 합창단들은 자신들도 놀라며 ‘오  신이여 과연 우리가 이런 훌륭한 음악을 만들었단 말입니까?’를 외쳐대는 것이다.


여러분은 천상의 합창을 만들고 싶은가? 자신도 깜짝 놀랄 귀신이 내는 소리까지 가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결석 없이 매진해보라 남의 뜻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전적으로 자기 스스로에 의해서 말이다. 


‘합창 바보’ 이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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