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예수그리스도의 수난을 준비하며(프로그램 인사말) 201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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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지난겨울이 추웠다. 지긋지긋했다. 그런 겨울을 거의 방학 없이 연습을 했다. 단원들도 대단했다. 사람소리 내지 말고 귀신 소리 내라는 잔소리에 구미호처럼 우~우~거리며 다녔다. 모두들 수난곡으로 살았다. 흥얼거리는 것도 모두 수난곡 곡조였다. ‘~라고 말하였다’, ‘삼백 대나리온’, ‘갈릴레아 사람이 아니요?’,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 ‘그냥 두시오!’ 등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음정 떨어진다고 하면 수난곡 가사인 ‘ 저는 아니겠지요?’하고 노래를 할 정도였으니까......


가사는 자음발음에 특히 신경을 썼다. ㅋ, ㅍ, ㅊ, ㅎ, ㅅ, ㅈ의 발음에 무한 강조를 하였다. ‘ 가사전달을 위해서라면 음악이 손상되어도 좋다 ’라는 말까지 했다. ‘ 한국 사람이 한국어로 작곡한 곡을 한국 사람이 부르는데 한국관객이 못 알아들으면 그게 외국어지 한국어냐? ’ 라며 날을 세웠고 자막을 사용하자는 의견도 일축했다. 끝없는 노력으로 언젠가는 성취해야할 과제였기에 고집을 부린 것이다. 관객여러분들도 더 들으려고 노력해 주심으로 이 긴 장정에 동참해주시리라 믿는다.


합창연습을 오래한 터라 독창자 5명과 피아노, 오르간, 타악기의 유기적 결합을 위해서 2월부터 올인 했다. 특별히 타악은 수난곡의 마지막에 합류하는 방식이어서 예산을 들여 삼일간 15종의 타악기를 빌려 합동 연습했다. 또한 오르간도 미리 빌려 소리배합 준비와 연주자 손에 익도록 하였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연주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연습하고 싶었지만 음악의 완성은 무한대인 것이니 어찌 완성이란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다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에 위안을 삼는다.


음악의 굽이굽이를 돌 때 마다 감동으로 가슴 저미는 작품을 쓰신 작곡자 이건용 선생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강촌 수도원 합숙훈련 때의 행복은 잊을 수가 없다. 살아있는 작곡자의 곡을 연주하는 합창단이 느끼는 호사인데 작곡자가 직접 작품어법에 대하여, 표현에 대하여 단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숙제 검사 받는 기분으로 연습을 했다. 대가와의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 위대한 기운을 전수받는 자리였다.    


독창자 다섯 분과 타악 주자 두 분, 그리고 피아니스트, 오르가니스트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아마추어 합창단은 반복연습이 힘인데 전문가들도 함께 가차 없이 반복되는 연습을 같은 호흡으로 훌륭하게 소화해 주셨다. 그 덕에 조금씩 튼튼히 음악의 뼈와 혈관, 심줄을 이을 수 있었다.


‘ 선생님 왜 우리 파트 칭찬 안 해 주세요? ’ 알토 단원의 질문이 아직도 생생하다. ‘ 나는 아직도 음악이 고프답니다. ’고 쌀쌀맞게 대답했다. 매 연습 때마다 테너는 거의 서서 연습했다 음정 틀린다고, 박자 틀린다고, 소리 나쁘다고, 못한다고, 지각했다고....... 얼굴 벌게서 밴댕이 소갈딱지를 들어내는 지휘자의 신경질에도 굴하지 않고 연습에 참여하고 10시 넘어 집에 돌아가는 그 추운 겨울밤의 단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없이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하여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다. ‘ 우리의 고통이 그분만 하실까요...... 힘내세요.......’

이번 수난곡에서는 합창의 극적 대비를 만드는 게 지휘자의 임무였다. 예수였다가, 제자였다가, 배반한 미친 군중이었다가, 예수를 알아본 강도였다가, 예수의 장례를 치르는 상여꾼이었다가, 다시 현재의 우리였다가.. 등등 일인다역을 하는 모습으로 변화 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단원들은 천사표 출신인지라 악역을 꺼려했다. 죽이라고 소리 지르라면 머뭇거려 애를 태우기도 했다. 한국음악어법과 서양음악 어법도 있는 그대로를 강조하였다. 그래서 어떤 음정은 정확히 내라하고 어떤 음정은 정확히 내지 말라고 하였다. 산은 더 높게 올리고 골은 더 깊이 파려고 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베드로의 배반, 예루살렘의 탄식, 예수의 재판, 십자가형의 장면들은 근접촬영을 하는 기분으로 생생하게 표현하려 하였다. 거친 외침도 많이 사용하였고 비아냥거리는 말과 웃음소리들도 더 강조하였다. 이는 33년 4월3일 전 일주일을 이 자리에서 음악으로 고스란히 펼쳐 보이려는 의도이다. 민초들이 살았던 예루살렘 하부도시, 쓰레기로 넘쳐나는 골목길과 상부도시의 금빛 나는 성전, 양을 죽이고 태우는 그 자욱한 연기와 냄새, 위선으로 가득한 헤롯의 궁전, 가야바의 집, 빌라도의 집무실과 광장, 그리고 성문에서 멀지 않은 골고다 언덕, 예수를 추종하던 군중, 어떻게든 예수를 죽이려 했던 사두가이파 제사장들과 그의 추종자들 벌이는 거짓 재판, 별 볼일 없었던 예수의 제자들, 그리고 한없이 밑바닥으로만 내려가 땀과 피가 범벅된 우리의 주인공 예수를 만나보실 것이다. 역사상 가장 길었던 그 일주일에 ‘너’가 ‘나’가 되어 그 자리에서 말이다.  


오늘에서야 단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이건용 선생님 곡이다. 턱도 없는 실력이었지만 귀신소리 내겠다고 달려온 그들이었기에 가능한 연주이다. 그래서 이번 수난곡 연주가 작곡가가 쓴 한국의 신앙고백이었다면 9개월을 매진해온 합창단원은 고스란히 자신을 바치는 예배가 될 것이다. 음악마을 파이팅 !!  




   지휘자의 칭찬 [2]  홍준철
   합창 바보  홍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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