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지각과 결석은 병이다. 2011/05/30
 

지각과 결석은 병이다.

 

 


나는 합창지휘만 27년 했다. 나는 이 긴 시간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 기다림’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인생이든 기다림이 아닌 것은 없을 터이지만 유독 합창지휘를 하면서 27년 동안 단원들을 기다리며 산 것 만 같다. ‘ 전생에 내가 얼마나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이었으면 늦거나 끝내 결석하는 단원들을 기다리고 속 태우고 마음 다스리는 데에 나의 젊음을 다 써 버리는 것일까?’라고 생각도 해보았다. 대학합창단이나 교회성가대, 구립합창단, 일반합창단을 하면서 음악 보다, 사람을 대하는 문제보다 단원들의 출결문제가 가장 힘들게 한 부분이었다. 가슴이 시커멓게 멍이 들게 아픈 때가 많았으니 내가 늙어 죽지 않고 병으로 죽으면 이는 모두 결석과 지각하는 단원들 때문이라고 농을 치기도 한다.    


이렇게 지각과 결석에 관하여 풍부하다 못해 넌덜머리나는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법칙을 발견 할 수 있었는데 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지각 결석하는 단원들은 정해져 있다.

 2. 지각, 결석을 방치하면 금방 점염된다.

 3. 출석의 힘은 연주력이고 지각 결석이 많은 합창단은 결국 망한다.


지각과 결석은 금방 점염되는 것은 당연하다. 목숨 걸고 합창단에 나오다가도 다른 단원들의 지각과 결석을 보면 ‘ 나만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 젠 뭐야? 저러고도 연주 때는 무대에 서네? 지휘자는 결석 한사람에게 뭐라 안 그러고 열심히 나온 나한테 야단치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지각과 결석은 그 후유증으로 연습이 알차지 못해서 연주력이 떨어지고 못하는 합창단으로 낙인찍히고 그러다 보면 재미없고 분위기도 이상해져서 나를 탓하기 보다는 남을 탓하는 내부분열이 생기고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문제는 지각과 결석하는 단원들은 늘 정해져있다는 사실인데 합창단에 대하여 애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음악이 좋아서 또 합창단을 못할 만큼 바쁜 일상에 놓여있는 처지도 아닌데도 희한하게도 지각하는 사람이 또 지각하고 결석하는 사람이 또 결석을 한다. 출석률이 좋은 단원이 결석을 하는 때도 있지만 이 경우 스스로 애를 태운다. 또한 그 기간이 횟수가 많아지거나 길어질 예상이 되면 지휘자와 상의하거나 누가되니 스스로 합창을 떠나려고 한다. 거의 100%에 육박하는 출석률을 보이는 단원들이 보이는 태도이다. 하지만 상습 지각자 결석자들은 이미 이런 의식에서 비껴간다. 처음에는 미안하고 눈치 보지만 이도 계속되고 굳은살 베기면 얼굴도 두꺼워지고 조금씩 뻔뻔해지면서 지각과 결석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빠져들기 십상인 것이다.   


이를 위하여 앞의 정의를 의학적인 용어로 다시 한 번 써 보았다.


 1. 지각, 결석은 병이다.

 2. 이병에 걸린 단원들은 잘 낫지 않는다.

 3. 이 병에 예방접종, 치료백신을 투여, 심할 땐 격리하지 않으면 금방 확산되고 전염된다.

 4. 이병에 걸리지 않은 합창단이 싱싱하게 노래를 잘한다. 

    

오늘 열심히 했다고 내일도 열심히 한다는 보장 없다. 언제나 불안한 듯 살피고 또 살펴야 구제역 같은 결석과 지각이 만연되지 않는다. 음악은 위험물 취급인가증이 있어야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다루어야 하는 영역이다. 병든 음악이 아닌 청정한 음악을 만들려면 지각 결석부터 치유하도록 해야 한다. 




  김태중 결석이나 지각은 안하고 노래를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요?ㅠㅠ     20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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