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거칠음에 대한 생각 2011/06/09
 

거칠음에 대한 생각


(1)

석관동 카센터 사장님은 터프하다. 애지중지하는 차가 이상이 생겨 카센터에 가면 리프트에 올리는 것부터 거침이 없이 차를 다룬다. 볼트 빼는 모습도 그렇고 필터, 오일 가는 모습도 변함이 없다. 그는 기계를 거칠게 다룬다.‘ 어휴 ... 저러다 내차 망가질라... 좀 살살 다루지...’하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치고 빼내고 누르고 조이고를 반복 한다. 수리 확인을 위한 마지막 주행도 골목길을 카레이서처럼 최대속도로 달리고 급브레이크를 밟아 서면서 끝을 낸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렇게 고치고 나면 차는 문제없이 잘 간다는 점이다 


그 사장님만 앞에 서면 차가 벌벌 떤다. 위대한 장군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사병처럼 꼼짝을 못한다. 아마도 그 사장님 앞에서는 기계로 만든 차가 쩔쩔매면서 저절로 치유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2)

피아니스트 베레좁스키(Berezovsky)는 190cm가 넘는 거구이다. 피아노를 안했으면 농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던 그는 피아노에 앉으면 피아노가 벌벌 떤다. 건반위의 사자처럼 그의 타건은 너무도 힘에 넘쳐 피아노가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2009년 내한공연 때는 강력한 타건에 피아노 줄이 끊어지는 전설을 만들기도 했다. 거침이 없는 그의 연주는 객석 끝 청중까지도 그의 음악을 전달하였으며 피아노는 이미 그의 종이 되어 알아서 주인을 위해 연주하는 모습일 정도의 장악력을 가지고 있다.        


(3)


합창 단원 중에는 어제나 주저주저 우물우물  귀신 씬나락 까먹듯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 ff도 잘 못 내고 음정도 정확하지 않으며 리듬도 잘 타지 못한다. 그림자 단원처럼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하며 노래를 부른다. 답답하다. 음악이라는 감옥에 사는 수인처럼 느껴진다. 당연히 표현력이 좋지 못하다. 


음악은 별이 반짝거리는 극도의 섬세함에서부터 번개치고 폭풍이 몰아치는 웅대함까지 다 가지고 있다. 섬세함과 거칢이 동시에 존재하는 영역인 것이다. 극단의 끝에서 보면 두 개의 얼굴일 수도 있으나 실은 하나이다. 야누스이다. 인간이 그렇지 않은가 또한 자연이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단원들에게 어느 때는 거칠게 음악을 다뤄주기를 요구한다. 음악 앞에서 ‘ 조심하지 말라! ’고 외치는 것이다. 음악을 벌벌 떨게 해야 그야말로 꼼짝 못하게 해야 음악에 내 혼을 담을 수 있다. 안 그러면 음악의 외각에서 본질을 못 본 채 겉만 표현할 뿐이다. 

 

정명훈도 도쿄 필하모니 상임지휘자였을 때 단원들에게 선물로 삽을 하나 주었다고 한다. 그 삽을 벽에 걸어 놓고 오며 가며 보라고 한 것인데 ‘ 연주를 할 때마다 감정을 숨기지 말고 삽으로 퍼내듯 하라’라는 뜻이 담겨진 선물이었다.


석관동 카센터 사장님이나 피아니스트 베레좁스키가 만드는 거칠음이 음악에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강숙의 장편소설 '젊은 음악가의 초상'을 읽고 [1]  홍준철
   단원이 지휘자를 키운다. [1]  홍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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