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악보를 보는 다르나 같은 시선 2014/07/17
악보를 보는 다르나 같은 시선  



음악은 자연을 모방다라는 말이 이제는 자연이 음악을 모방다고 할 만큼 음악의  표정이 풍부해졌습니다.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도 음악을 닮습니다. 인간의 모든 모습이 음악에 담겨있지요. 그래서 악보를 보는 것은 자연과 인간을 들여다보는 것에 다름 아닌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악보는 음악을 기록해놓은 설계도면 같은 것이기는 하지만 살아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소리로 전환될 때 비로써 살아있음의 시작입니다.

악보를 보는 방식은 첫 번째 그냥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소리가 들리면 들리는 대로 안 들리면 안 들리는 대로 그냥 봅니다.  리듬이 단순한지 복잡한지 음표가 많아지는지 소리가 커지는지 음정이 올라가는지를 그냥 봅니다. 합창곡이면 가사는 무엇인지가 매우 중요하겠지요. 액면가 그대로 보는 겁니다. 사람이 처음 만날 때와 같습니다. 과거를 들추거나 미래를 계획하고 만나면 편견이 생기고 그 사람을 정확히 알 수 없듯이 악보도 먼저 음반을 듣거나 피아노를 쳐보지 말고 그냥 보는 게 중요합니다. 아주 작은 양이라도 내안에 울림이 만들어 지도록 보는 것이죠. 그러면서 조금씩 흥얼거리며 악보를 보다보면 서서히 악보에서 음악의 윤곽이 보이면서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처음 나서는 문은 어떤 문이고 가는 길은 어떤 길이며 작은 개울과 산을 넘고 바람은 어떻게 불고 다시 돌아오는 길까지 보이게 됩니다. 어느 때는 꿈길이고 영화처럼 갑자기  다른 세상이 펼쳐지며 전개되기도 합니다. 음악의 생애는 인간의 생애나 자연의 섭리와 같습니다. 분명히 시작하면 발전하고 정점이 있으며 소멸되어가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 전체를 그냥 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작곡자의 마음을 보는 것입니다. 뭘 표현하고 싶었는지, 기분은 어떠한지, 왜 이 가사에 이런 리듬과 음형을 진행시키는지, 느려지거나 빨라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감화음이나 불협화음은 어떤 마음인지, 전체적으로 무얼 표현하고 싶었는지, 진정성은 있는지, 작곡자의 삶은 어땠는지, 작곡했을 때 상황은 어땠는지, 어떤 기질의 사람이고 음악적 버릇은 무엇인지... 끝없는 던지는 대답 없는 질문 속에서 묘하게도 작곡자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사가 품은 뜻을 어떻게 이해하고 강조하고 싶은지도 보입니다. 왜 이곡을 썼는지도 알게 되지요. 급기야 작곡자의 성품도 알게 됩니다. 온유한지, 고집이 센지, 집요한지, 무딘지, ...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도 악보를 보면서 또 음악을 만들면서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이  악보와 작곡가의 감정이 연주자인 내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 보는 것입니다. 나는 이 음악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보는 것이죠. 연주자가 오로지 작곡자의 뜻만 따라서 연주한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고음악의 원전연주도 연주자에 따라 다 다르게 연주합니다. 작곡가가 직접 연주해도 연주 때마다 달라집니다. 음악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방금 전과 지금이 다릅니다. 장소에 따라, 기분에 따라, 신체 조건에 따라 ,프로그램 배치에 다 다릅니다. 리허설과 연주를 똑같이 하지 않습니다. 아니 하지 못합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연주는 너무도 많은 움직이는 변화의 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런 변수를 받아들이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음악은 결국 연주자인 내 안에 작곡가와 그의 음악을 품고 결국 이 셋이 하나로 녹은 음악의 생애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매일의 하루가 다르듯 음악도 연주마다 달라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있는 연주인 것이죠.

악보에 담긴 음악을 보고 작곡자를 보고 그리고 나를 보는 연습은 결국 관객을 보는 시각으로 확대되고 이 사회를 보게 되며 역사를 보게 됩니다. 작은 풀잎 하나에서 신의 섭리를 보듯이 음악은 신비롭게도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하나의 영혼과 이어진 절대자를 느끼게 됩니다.
그 시작은 악보를 눈으로 그냥 보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김지형 그간의 다소 무거운 주제의 글들에서 벗어나 간만에 청명한 주제의 글이 올라온거 같아요..
선생님의 글에서 정기공연이라는 큰짐이 내려놓아진 느낌?
악보를 보는 연주자의 마음과 비슷한.. 독자의 마음으로 선생님의 기분을 추측해봅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2014/07/18
  오숙현 악보를 볼 때, 어디쯤 보고 있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2014/07/18
  김미옥 아주 작은 양이라도 내 안에 울림이 만들어지도록 악보를 보라..
나와 작곡가와 그의 음악이 함께 버무려진..한 생애를 드러내는 온전한 연주..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4/07/18
   합창의 중도와 극단 [1]  홍준철
   스포츠와 음악을 생각한다. [3]  홍준철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Y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