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홍준철음악칼럼-진달래나무와 음악 2008/05/14
 

4월이면 어김없이 황량한 산과 들에 진달래가 핀다. 아직 겨울의 잔재가 채 가시지 않은 곳에서 봄소식을 전하면서 붉은 꽃잎들을 세상에 내 보낸다. 사람들은 그 진달래꽃을 사랑한다. 하지만 5월로 다가오며 그 꽃이 지고 갖은 야생초와 콩배나무, 철쭉, 아카시아 꽃이 만개하면  진달래꽃은 이내 잊어버린다. 더구나 5월이 벌써 중순으로 가고 있는 지금 진달래나무를 찾을 수조차 없게 된다.


나 역시 변덕스러운 존재이며, 이기는 편이 내편이고, 잘나가는 사람과 친분을 맺고 싶은 소인배이기는 하지만 꽃이 필 때만 진달래고 지고나면 알아보지도 못하는 내가 좀 한심하기도 하여 올해는 진달래나무를 꽃이 필 때부터 자리를 잘 보아두었다가 잎이 자라는 것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진달래는 유독 바위 옆에 또는 사이에 많이 피었다. 든든한 바위가 자신을 보호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인지 아니면 그쯤 되어야 함께 경쟁할 상대가 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얇지만 다량의 튼튼한 줄기들을 엉켜놓아 자신을 보호하고 있음도 보았다. 산책로 지도를 만들어 진달래나무 자리를 표시해 놓기도 하였으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증거물로 삼았다. 특별히 바위 옆의 진달래는 쉽게 기억 할 수 있어 산책을 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관찰을 해본 것이다. 잎은 5-6잎으로 뻗어나고 처음엔 얇지만 점점 커가고 있다. 이정도면 여름이나 가을에도 진달래나무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을 화려한 시절의 사람들을 기억한다.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 잘나가는 축구스타, 인기 연예인, 스타 음악가 등등... 하지만 2등부터는 기억하지 못하며 활동이 뜸하면 금방 잊어버린다. 하기야 핀 꽃만 기억하기에도 머리통 터지는데 지는 꽃까지 어찌 기억 할까?


음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새로운 곡이 작곡되고 무대 위에서 초연되면 박수치며 들어는 줘도 연주 끝나면 남이다. 무슨 곡인지도 모른다. 다시는 부르려 하지 않는다. 한번 피고 지는 꽃이다. 하지만 베토벤의 곡들이나 바흐나 모차르트의 많은 곡들도 그런 수모를 똑같이 당했지만 작곡자 죽고 난 이후에 다시 200년 넘어 빛을 발해 그 음악들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하고 호들갑을 떨며 날마다 꽃을 피우는 꽂이 된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우리 주변에 한번 피고 지는 진달래꽃처럼 바로 옆에 있으나 찾기조차 어려운 음악들이 얼마나 많을까?  몇 백 년을 인내로 기다리는 음악들 말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반복의 효과에 다름 아니다. 매일 보는 가족이 좋듯이 음악도 듣고 또 들으면 좋아진다. 우리가 지금 좋아하고 있는 곡들이 모두 그러하다.


한국의 창작곡 들이 세상에 태어날 때마다 들을 줄 알고 또 반복해서 들어주어 결국 나의 음악으로 만들어 내는 문화 풍토가 생겨나면 좋겠다.


산책나가시거든 진달래나무 한번 찾아보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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