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한국의 합창, 이제는 세계로 나간다. 2013/03/20

이제는 한국의 합창 세계로 나간다.

 

1885년 이 땅에 서양음악이 개신교와 함께 들어온 후 128년이 지났다. 우리는 그동안 거의 스펀지처럼 서양음악을 받아드린 덕에 음악하면 서양음악을 하는 것으로 보편화 되었으며 서양음악의 대부분을 우리의 것으로 삼을 수 있었다. 그레고리안 찬트를 시작으로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 낭만을 거쳐 현대음악까지 섭렵하였고 이제는 미국음악까지 교회와 안방에 들어오는 위대한 흡수력을 자랑하였다. 랏소, 팔레스트리나, 바흐, 헨델,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슈만, 바그너, 베르디, 푸치니, 브루크너, 드볼작, 차이코프스키, 드비시, 말러.....등등 도무지 모르는 이름이 없을 정도가 되었으며 한국교회는 미국풍 합창곡이 없으면 예배를 드리지 못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감수성도 많은 부분 서양화 또 미국화로 표준지어 졌으며 모든 문화도 수입에 의존했던 것도 사실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그렇고 유학 신드롬이 그렇다.

 

하지만 요즘 이를 극복하는 신호들이 보인다. 소위 한류라는 것이 그것인데 한류배우, K-Pop에 이어 싸이가 전 세계를 겨냥하더니 본고장 미국까지 뒤집어 놓은 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그간 축구, 야구, 양궁, 스케이트의 스포츠에서도 일어난 일들이며 한국의 많은 분야들이 수입에서 수출로 전향되는 방향이동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 합창계에서는 서양음악을 번역하면서 무한대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 사실이다. 그중에 대표되는 것이 못갖춘마디이다. 예컨대 관사(영어는 a, an, the... 독일어는 한술 더 여성과 남성 중성 복수로 나뉘고 각자는 또 1-4격까지 나누어 떠 das, des, den, dem...16개가 있다 ) 여기에 인칭대명사까지 합치면 거의 모든 명사 앞에 단어가 하나 더 있게 되어 자연스럽게 생기는 이 못갖춘마디는 우리는 이, , ... 등을 사용해 번역해 왔다. 그러면서 우리의 언어가 조금씩 비틀리게 되었으며 이제는 오랜 반복으로 자연스러움으로 자리잡으려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예컨대 정박에 시작하는 언어인 한국어로 곡을 만드는데 못갖춘마디로 작곡하는 몸에 밴 관습이 그것이다. 세종대왕이 아시면 눈물을 흘리실 일이다.

 

이런 시대에서 신선한 사건이 하나 터졌다. 바로 2009년도에 작곡되고 대한성공회 대성당에서 초연되었으며 2011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재연되었던 한국의 작곡자 이건용의 수난곡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2013. 324일 오후 5(구주수난일)에 독일 다름슈타트(darmstadt)의 바우로교회(Paulus Kirke)에서 그 교회 성가대와 볼프강 클레버(Wofgang Kleber)의 지휘로 공연하게 된 것이다. 이 공연의 성사는 다름슈타트 음대 학장인 코르드 마이어링이란 분이 방한 때에 두 번째 공연 실황음반을 듣고 헤센, 나사우 지방의 교회연합회에 추천해서 성사 되었으며 더구나 작곡자와 마이어링 학장이 전곡을 독일어로 공동번역해서 부르게 되는 역사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다.

 

독일인들은 바흐가 작곡한 수난곡을 몇 백 년 동안 부른 것에 대한 피로감과 반성이 있었음직 하다. 아무리 바흐의 작품이 훌륭하기로 매년 빠짐없이 그것도 몇 백 년 동안 부를 수 있느냐? 새로운 수난곡은 다시 작곡되면 안 되는 것이냐 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러다 한국에서는 이미 다른 수난곡이 탄생되었고 연주되기 시작하였다는 소식에 놀라 현대 곡 연주의 산실이라고 하는 다름슈타트에서 그 작품을 독일인들이 연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필자는 이건용의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초연, 재연 지휘를 했다는 이유로 성공회대성당의 주선으로 독일 연주회 방문단으로 가게 되었다. 참 기분이 묘했다. 세상을 살다보니 별스러운 일도 다 있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많은 독일 사람들이 한국의 합창단이 Bach를 노래할 때 마다 잘하기는 하지만 독일인이 느끼는 정서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는 은근 무시도 깔려있는 평을 들어온 터에 한국의 판소리, 계면조, 전통장단 등이 곳곳에 스며있는 한국의 수난곡을 그들은 어떻게 연주한다는 것이고 그들의 정서에 어떻게 받아드리겠다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한 것이다.

 

또한 그들은 독일어 번역을 위해 악보에는 없는 못갖춘마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떼어 버리고 싶어 했던 못갖춘마디를 그들은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서양의 언어구조에 한글을 끼워 맞추느라 많은 비틀림과 외곡도 있었다고 새삼 깨닫게 된다.

 

이 하나의 사건으로 우리 음악계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시작이 열린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크다.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말이다.

 



  고유진 독일사람들은 예수그리스도의 수난을 어떻게 부를지 진짜 궁금하네요.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2013/03/21
  오숙현 선생님, 잘 다녀오세요!
바램이 있다면 독일 초연의 공연실황 DVD를 저희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13/03/21
  강영주 잘 다녀오세요 ^^     2013/03/21
  이혜연 거기 가시는거 다 우리가 노래 잘한 덕인거 아시죠? ㅋㅋㅋ 잘 다녀오시고 선물 기대할께욤~ ㅎㅎㅎ     2013/03/22
  박옥주 빠이쁘쟁이는 어디다가 글을 쓰라는 말입니까? 이곳은 홍준철칼럼입니까? 정체를 밝히라....ㅎㅎ     2013/03/26
  김승현 어제 잘 들어가셨는지 모르겠네요~ 시차 적응도 힘드셨을텐데 사인회에 뒤풀이까지~!! ㅎㅎ 다음주 화요일은 음정박자 잘 잡아서 오겠습니당 ㅎㅎ     2013/03/27
  김은화 역사적인 사건에
제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감동으로...
반성으로...(합창단원을 위하여.. 일고 무지 반성중... ㅠㅠ)
감사함으로...
자랑스러움으로...

만가지 감정이 교차...

아~~~
오늘 햇살이 다른 날보다
더 더 더 이뻐보이네요!!!
    2013/03/31
  김미옥 세계를 향한 우리의 합창 ~생각만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2013/04/02
   나는 오르가니스트이다. [7]  박옥주
   이 한장의 사진 이야기 [4]  홍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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