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관객 유감 2013/09/27
관객 유감

연주자를 잘 아는 음악회에 참석해보면 소위 눈도장이라는 것을 찍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귀하게 보았으니 어떻게든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게 좋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연주 후 로비에서 연주자를 만나려하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연주자는 반쯤 정신이 나가있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하려니 다가가다가 다른 팀에게 빼앗겨 멈칫 물러서야하는 경우도 생기고 겨우 나와 만나서는 대충 인사하고 넘어가기가 일수다. 날 우습게 보는 거야? 라는 생각도 들고 존심도 상한다.

하지만 연주자의 입장으로 보면 연주후의 상태는 사실 한맛 간 상태이다. 리허설과 연주까지 5~6시간을 긴장 속에 음악에 집중하고 난 후는 그야말로 멘붕이고 화려함에서 내려온 직후라 자신이 가장 멋진 스타 같은 착각이 남아있는 상태인 것이다. 더군다나 정신 차릴 틈도 없이 많은 지인들과 인사를 하는 서비스까지 해야 하니 이건 뭐 혼돈 그 자체이다.

이번 여름에 필자도 연주회가 하나 있었다. 무더운 여름에 겨울 연미복을 입고 지휘를 하려니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머리카락까지 젖어 제멋대로 삐죽 나와 수습이 안 되고, 눈은 충혈 되고 진액이 따 빠진...., 그야말로 폭탄 맞은 모습으로 로비에 나가려니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 연주자를 로비에서 만나려는 욕심을 조금 버리는 어떨까. 다음날 문자나 전화로 격려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때는 연주자가 갑작스러운 고요를 맛보는 시간이라 외롭기도 해서 무지하게 반가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주전에 Backstage(연주자 대기실)로 찾아와 인사를 하는 것도 전시상황 정도의 수준이 아니면 피해주는 것이 좋다. 연주 한 시간 전부터는 연주자는 자신만의 휴식이 필요하고, 최고의 연주를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며 숨을 고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흐름을 깨면서 까지 대기실로 찾아오는 것이 연주자는 하나도 고맙지 않을 수 있다. 특별히 연주는 안보고 그냥 가려는 관객일 확률이 높기도 한 그분들과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연주에 집중할 시간을 빼앗기는 일인지라 불편하기까지 할 것이다.

관객과 연주자는 그렇게 얼굴보고 인사하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오직 음악으로 만나는 자리가 더 성숙된 모습일 것이다. 연주자가 하고 싶은 모든 말들은 연주하는 음악에 다 있다. 그러니 음악을 열심히 듣고 반응해주는 것이 최고의 만남아 아니겠는가.

또한 연주장에 화환을 보내시는 관객도 없었으면 좋겠다. 물론 감사하다. 개인적인 것이지만 연주 후에 이 화환을 처리하는 문제가 참 난감하다. 주신분의 성의를 생각해서 가지고 가려니 무거운 화환을 들고 나와야 하고 차 트렁크에는 안 들어가니 앞좌석 당기고 뒷좌석에 겨우 밀어 넣고 집에 도착해서 다시 옮겨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화환 5 ~ 10만 원 정도 할 텐데 솔직하게 말해서 합창단 후원금으로 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꽃다발도 점차 사라졌으면 좋겠다. 필자의 관점으로는 화환과 꽃다발이 난무하는 음악회는 대체로 연주는 삼류다. 알맹이는 부실하여 포장만 키우는 격이 된다. 요즘은 책이나 작은 선물을 주는 추세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니 이를 더 장려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합창 공연계에 ‘ 꽃보다 표 ’ 라는 문화운동이 어서 확산되기를 소망한다.

  


  




   늦는 관객  홍준철
   꽃보다 표  홍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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